정부, "어족자원 보호와 환경보호 위해 필요"
동호인들, "필요성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취미생활 1위를 차지하면서 거제와 같은 관광지에서 낚시면허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여행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취미활동으로 낚시를 꼽은 응답자가 40%를 기록해 2위 등산을 9%포인트 차로 제쳤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의 낚시 동호인은 7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바다낚시를 즐긴 사람은 343만명으로 나타났다.

거제 역시 낚시인구가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낚시를 하려고 거제로 오는 관광객이 많고 지역에서도 조선업 불황 등으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 드는 낚시 인구가 많이 늘었다. 주말이 되면 지세포항 방파제와 옥포항 주변 해안 등에 낚시 동호인들이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들어서며, 바다낚시배도 통영해양경찰서 상황실 화면에 가득할 정도로 움직인다. 현재 거제시 에 있는 낚시어선은 275척이다.

낚시 동호인이 너무 늘어나면 해경 등 관계 기관의 안전관리도 어려워진다. 해양경찰에 따르면 낚시어선 안전수칙 위반행위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구명조끼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술을 마시고 낚싯배에 오른 사례도 많다.

지역주민들과 일부 낚시 동호인들은 낚시면허제를 도입해 거제지역에 수산자원 남획을 막고 쓰레기 오염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산경제연구원의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바다낚시 관리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낚시 면허제의 긍정적 효과는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거제지역의 한 정당 관계자는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낚시 동호인이 비율로 보면 많지 않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워낙 많기에 쓰레기 오염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며 “당장 면허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면 신고제를 먼저 시행해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 관련 교육을 받고, 신고하는 절차를 거치게 하면 낚시 문화도 더 빨리 성숙해지고 출조 횟수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낚시면허제 또는 낚시신고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동호인들의 반발로 무산되어왔다. 지난 9월 13일 국민의당 김종회(전북 김제시·부안군) 의원 등은 낚시 육성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바다낚시를 하려면 해당 기초단체에 신고를 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했다.

그러자 낚시 동호인들은 지난 5일부터 한달간 국회 및 해양수산부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동호인들은 정부가 바다낚시부터 신고제를 마련한 다음 민물낚시까지 규제 범위와 수준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낚시동호인들은 지난달 20일 국회 김종회 의원으로부터 국회에 상정됐던 개정안은 빠졌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낚시면허제 도입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1996년 환경부가 도입을 시도했고 2006년 해수부가 면허제를 수정한 신고제로 시도했지만 좌절됐다. 해수부는 지난 2014년 일부 지역에만 낚시면허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유럽 등 서구 선진국은 낚시면허제를 비롯한 낚시관리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무면허로 낚시하다 적발될 경우 최소 25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독일은 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은 사람에게만 민물낚시를 허용한다. 시험은 환경보호와 안전수칙에 관한 내용인데 어려워서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뉴질랜드의 경우 하루 어획량과 크기, 낚시도구까지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거제시와 거제지역 낚시 동호인 단체에서는 낚시면허제가 필요하지만 도입 시기를 이미 놓쳤고, 앞으로 도입하려면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거제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지금에 와서 면허제를 도입하기란 정말 어렵다. 충청도에서는 쭈꾸미를 전라도에서 갈치를 오전만 잡도록 한다거나 하는 자율규제가 있는데 이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종인 한국낚시어선연합회 거제지회장도 “낚시면허제는 낚시가 레저산업으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낚시어선 주인들은 그렇게(어선보다 레저의 성격이 강해지면) 되면 면세유 혜택이 없어질까봐 걱정이 크다”며 “그래서 우리의 밥줄을 우리가 지키도록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분기별로 청소를 하고 고압세척기로 갯바위를 씻어내고 수중작업과 치어방류 사업도 한다”고 말했다.

김귀철 한국낚시어선연합회 경남지부장은 “낚시면허제는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해야 하겠지만 바로 전면 도입하기는 시기상조다. 이미 낚시 인구가 700만이 넘어서 갑자기 하기는 어렵다”며 “시군별로 면허제를 하기보다는 전국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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