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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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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복잡한 세상이 싫다고 스스로 먼저 간 벗에게 술 한 잔 따르고 추모의 눈물을 흘리며 몇 자 적는다.

이보시게 벗! 무엇이 그리 참기 힘들어 "나는 가노라"는 말도 못 하고 먼저 가시는가? 촌집 겨울 채비는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하는데 자네는 걱정도 안 되는가? 다시 돌릴 수 있는 발걸음이라면 얼른 돌아오시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요즘 거제에 살아가고 있다는 삶이 서럽고 우울하고 시궁창 같지만 그래도 살아 숨쉬는 오늘·내일이 있다는 것이 더 나은 행복이지 않을까 싶네. 망국의 정치병에 걸린 이 땅의 정치는 제 벼슬자리에 눈이 멀어 하루에 수명씩 삶을 비관하며 죽어가도 관심조차 없네. 정치와 행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이보시게 벗!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벗이 이승의 인연을 끊고 가신 그 나라는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승에 남겨둔 홀로계신 어머님과 속은 썩여도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토끼 같은 새끼들과 마누라가 눈에 밟혀 그 길은 어찌하려고 마음을 먹었는가.

이 보시게 벗. 그대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고 자네의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사람이었네. 오늘 모인 자네의 동료들과 지인들 그리고 홀 어머님과 형제 처자식들의 오열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오늘 자네의 영전 앞에 술 한잔 따르고 추모의 글을 적네. 이 놈의 세상과 정치판에 화가 치밀어 상가집 개처럼 넋두리를 한번 해보네. 한번 들어주시겠는가?

이 거제도에서 한 해에 140여명, 지난 보름동안 10여명이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네. '크게 구한다'는 거제도 땅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거제시민의 삶을, 경제를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의 선거출마에만 관심이 있고 시민들의 경제는 말로만 운운할 뿐이네. 일자리가 없고 사회분위기는 우울하기만 한데 누구하나 나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을 예방하는 방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네. 자살예방이란 문구를 접한 것이 거제신문 공익광고에 자살예방 캠페인과 모 단체의 유인물 뿐이었네.

우리나라에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1만6000명(2011년 기준)이었다고 하네. 이는 1990년대 우리나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수치와 비슷하다더군. 당시 사람들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향후 우리나라의 사망원인의 큰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네. 그런데 당시보다 차량의 수와 운전자 수가 훨씬 많아진 지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3분의 1가량 줄어들었고 자살률은 더 늘었다고 하네.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정부·지자체나 정치인들의 무관심이라고 보네. 서울시 자치구 중 노원구는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고 하네. 그러자 노원구청장은 현장 중심의 찾아가는 복지 전달 체제로 자살예방사업을 실천했고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자살예방사업 전담부서인 '생명존중팀'을 꾸려 자살예방 캠페인을 꾸준하게 펼쳤다고 하네. 분명 구청장과 의회의 예산지원이 뒤따랐을걸세.

이보게 벗! 우리는 어떠한가. 거제 자살예방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신문사와 같이 캠페인을 하자는 제안을 이 눈치 저 눈치만 봐왔던 거제시가 아니었던가. 정치인들의 숙원사업이니 공약사업이니 하면서 선심성 예산집행은 도를 넘었고 주택 및 건축 과잉을 예견했건만 건축업자와 대형 건설사들은 한 몫 단단히 챙겨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힘없는 서민들은 분양사들의 꿀발림에 속아 재투자해서 가난 한번 벗어나겠다는 꿈은 사라지고 아파트를 두 채씩이나 보유한 부동산부자 빚쟁이가 돼 오늘도 자살을 생각하는 거제사회라네.

이보게 벗, 미안하네. 다른 나라에서는 언론들이 '자살보도 권고문'이 있어 흥미위주의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 주위 언론은 유명인의 자살보도를 너무 쉽게 특종위주로 보도하고 있으니 부끄럽고 미안하네. 그리고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벗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이 너무도 죄스럽네.

그대여! 이제 거제시도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과 정치인들과 행정의 관심이 아까운 자네를 보내고 좀 변하지 않을까 싶네. 이제 취기가 올라 어떤 넋두리가 나올까 몰라 이만 줄일까 하네. 이보게 벗 잘 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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