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마산의 모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길 때 대학부 청년들이 공동으로 자취하는 방에 들어갔다가 가슴이 울컥했던 적이 있다. 방의 중앙 벽면에 "망하더라도 말씀대로 살아보자"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한 글씨로 붙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망하더라도 말씀대로 살아보자."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주님만 바라보며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결과를 계산하지 않고 오직 진리위에 서서 살겠다는 것이다. 요한계시록 2-3장은 소아시아에 있는 일곱교회에 보내는 주님의 편지이다. 여기서 주님은 각 교회를 칭찬도 하시고 책망도 하시는데, 그 중에 서머나교회를 칭찬하실 때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서머나 교회를 향한 예수님의 칭찬은 그들의 환난과 궁핍이다. 예수님은 그들의 환난과 궁핍을 칭찬하셨다. 그들이 여러 가지 환난 속에 고생하며 사는 것,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것, 이것을 우리 주님께서 칭찬해 주시는 것이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어떻게 주님의 칭찬거리가 될 수 있는가? 고생하며 사는 것이 어떻게 주님께서 칭찬하시는 칭찬거리가 되는가? 이들의 가난은 그냥 가난이 아니었다. 이들의 고생은 그냥 고생이 아니었다. 이들의 환난과 궁핍은 믿음의 결과였다.

서머나는 거대한 상업도시였다. 부유한 도시였다. 이들이 서머나에 살고 있으면 부자로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서머나 교회는 가난하고 궁핍했다. 그들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장사수완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왜 가난하게 살아야 했는가? 서머나는 부유한 도시였지만 동시에 우상숭배가 심한 곳이었다. 서머나에는 상인조합이 있어서, 이 조합에 가입하지 않고는 물건을 살수도 팔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 조합에 가입하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황제가 신 임을 고백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믿음의 사람들이 이 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 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믿는 자들은 황제숭배 거부죄에 걸려 박해받고 재산까지 몰수당하니 그 궁핍과 어려움이 말로 다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서머나 교회의 환란과 궁핍은 그들의 믿음을 대변해 주는 증거였다. 주님은 그것을 아시는 것이다. 그래서 서머나 교회를 칭찬하실 때에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라고 칭찬하시는 것이다.

주님은 환난과 궁핍 속에 살고 있는 그들을 향하여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라고 말씀하신다.  겉으로 보기에는 환난을 당하고 궁핍하게 살고 궁상맞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사실은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부자라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입고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인정받으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은 한 어리석은 부자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한 부자가 있었다. 밭에 소출이 풍성했다. 곡식을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소출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한다.

"내가 곡식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그래서 창고를 헐고 더 크게 짓는다.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뒀으니 이제 평안히 쉬면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고 한다. 그런데 이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창고가 넘치도록 쌓아 놓아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곳간 열쇠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영혼을 위해 준비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실상은 네가 부요하다"고 하시는 칭찬을 들을 때에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는 것이다. 망하더라도 말씀대로 살아보자.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