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추선으로 케이블카를…'황당무계'
석유시추선으로 케이블카를…'황당무계'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7.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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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예정 두성호 바다 고정
거제대 뒷산∼지심도 3.4㎞ 연결
조선업계 "수익성 없는 사업"
거제시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를 통해 석유시추선을 바다에 정박시켜 지심도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석유공사 소유인 석유시추선 '두성호'로 지난해 운영비로만 1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거제시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를 통해 석유시추선을 바다에 정박시켜 지심도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석유공사 소유인 석유시추선 '두성호'. 우성호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석유시추선으로 지난해 운영비로만 1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거제시가 거제시해양관광개발공사를 통해 석유시추선을 바다에 정박시켜 지심도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장승포동 거제대 뒷산에서 지심도까지 약3.4㎞를 케이블카로 연결하고 중간 지주 중의 하나로 석유시추선 두성호를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982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두성호는 한국 국적의 최초이자 유일한 석유시추선이다. 소유주인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는 두성호의 사용연한이 지났다고 보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두성호라는 이름은 건조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두(斗)'자와 장군을 뜻하는 별 '성(星)'자에서 따왔다.

두성호 정박…지심도까지 케이블카 연결

두성호 매각방침이 확정되면서 고철로 팔 것이 아니라 상징성을 고려해 지심도 앞바다에 정박시켜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수 가격이 문제였다. 거제시는 두성호의 기부채납을 요구했고, 석유공사는 고철로 매각하면 약35억~40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거절했다는 얘기가 거제시 및 거제시해양개발관광공사(이하 공사)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석유공사는 이사회에서 두성호의 제3자 매각을 의결하고 이를 거제시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제3자 매각을 언급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지만 두성호 인수협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두성호를 케이블카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000억 이상 사업비, 민간투자 유치

조선업계에서는 두성호를 거제시가 가져온다고 해도 케이블카 중간지주로 쓰기에는 경제적 타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공사 측 일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민자유치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장보다 넓은 국내 유일 시추선에 케이블카를 타고 관광객들이 내려와 시추선을 구경하고 음료를 마실 수 있다면 사업을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박물관이나 공연장을 만들 만한 공간도 충분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 따르면 두성호를 정박시키고 운영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케이블카 지주를 설치하려면 두성호를 고정시켜야 한다. 두성호는 기본적으로 바다에 떠있는 부유식 설비다. 시추할 때 자세를 유지기 위해 파도·유속·바람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끊임없이 추진장치를 가동한다. 두성호가 일을 하지 않았던 지난해에만 연간 운영비가 100억원 정도 들어갔다. 그리고 두성호를 고정식 설비로 개조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새로 건조하는 비용과 맞먹는 돈이 들어가게 된다.

두성호를 케이블카 중간 지주로 쓴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주는 어떻게 설치할지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해상 케이블카는 육지보다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므로 중간 지주의 간격이 1㎞를 넘을 수 없다고 알려졌다. 거제대 뒷산에서 지심도까지 거리는 약3.4㎞에 달한다. 중간에 아파트 31층 높이인 두성호를 놓는다고 해도 양쪽에 약1.7㎞씩 케이블카 줄을 지탱할 지주가 필요하다.

조선업계, "현실성 없는 무모한 사업"

이밖에 지심도 입도인원의 한계, 지심도 앞 일운면 석유비축기지 항로문제, 기존 학동케이블카 사업과의 연관성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두성호를 이용해 10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을 벌이고 수익을 내려면 그만큼 이용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친환경 관광자원화를 추진하는 지심도에 그 많은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지금도 성수기 주말에는 지심도 산책로에 관광객들이 줄지어서 이동하는 형편이다.

지심도 맞은편 지세포에 위치한 석유비축기지는 석유공사가 비축 중인 원유 8096만 배럴 중 55.2%에 해당하는 4467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어 수시로 지세포 주변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지나간다. 기상 악화나 관계자의 착오 등으로 유조선이 케이블카 시설물에 충돌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부유식인 두성호에 케이블카 지주를 세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려면 새로운 설비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되므로 수익성에 대한 검증과정도 없이 추진하면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며 "처음에 해당 사업의 내용을 들었을 때 농담 수준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행정에서 추진해서는 안 되는 무모한 사업"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시민들도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둔덕면의 한 시민은 "학동 케이블카 사업도 기공식까지 해놓고 무산될 분위기다. 권민호 시장이 책임지지 않을 사업을 너무 많이 벌려놓고 있다"며 "지금은 기존 사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거제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의 내용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 부서에서 검토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사업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알려진 권민호 시장은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권 시장은 휴대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고 비서실에서도 "물어보고 나서 답을 알려주겠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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