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예술인상 받은 이형예 거제시소년소녀합창단장

이형예 거제시소년소녀합창단장은 지난달 24일 경상남도에서 개최한 제56회 경상남도 문화상 및 제27회 경남예술인상 시상식에서 공연예술부문 문화상을 받았다.

이 단장이 이끄는 거제시소년소녀합창단(이하 합창단)은 인터넷드림창작동요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상을 수상했고 제50회 영동난계국악축제 전국 국악동요부르기대회에서 최우수상, 지난 5월 독일 할레지역에서 열린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2017 세계합창 페스티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0월에는 독일 라보어슐레 합창단을 초청해 정기연주회를 개최했고, 지역에서는 장애인·노인·다문화 가족 합창단과 교류 음악회를 펼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단장은 합창단이 이렇게 화려한 수상 실적을 자랑하게 된 이유는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상을 타서 기쁘기도 하지만 지난달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했던 정기연주회에서 만석을 기록한 것이 더 기쁘다. 합창단이 실력으로 인정받고 단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11년 전에 합창단을 맡은 이래로 공무원들에게 점심 한 번 산적이 없고 선물 한 번 한 적이 없다. 그는 '예술은 가난하다. 그래서 행정이 도와야 한다' 같은 말로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다.

그는 "여기저기 끌려다니면 부당한 일도 접하게 된다. 이를테면 방송에서 불필요한 스토리텔링을 강요하면 출연하지 않는다. 방송은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부터 찾더라"며 "특히 민간단체 행사보다는 지자체 공식행사와 소외계층 행사에 우선적으로 나간다. 행정에서 보조금을 받기는 하지만 해마다 수상내역을 들고 가서 당당하게 말하고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 있는 합창단이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 2005년 합창단이 만들어졌다가 전임 단장이 개인사정으로 사퇴했고 이 단장이 2007년부터 이끌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갖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예술적 기반이 있는 대도시는 소년소녀합창단의 주축이 중고생이지만 중학생만 되면 공부한다고 그만뒀기에 합창단 구성조차 어려웠다.

이 단장은 "잘하는 아이를 뽑지 못하는 처지였지만 잘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담임 선생님이 그 아이가 노래가 됩니까라고 반문할 정도의 단원들이었지만 즐겁게 하다보면 느는 게 노래다. 아이들은 즐거우면 성인보다 빨리 실력이 좋아진다"며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아진다. 우리 합창단은 심사숙고해서 정말 아름다운 노래만 부른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나쁜 말과 행동을 갑자기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가사 뜻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제대로 노래를 느끼고 부를 수 있다. 한번은 역지사지가 노랫말에 나와서 뜻을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간식 시간에 단원들이 역지사지를 언급하면서 양보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며 "요즘 뉴스를 보면 아이들의 폭력성이 심하다는데 지식 위주의 황폐화된 교육이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보다 소득은 늘었는데 예술 교육은 더 메말라졌다. 피아노 쳐본 아이들이 내가 어릴 때보다 더 적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즐겁게 생활하는 문화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은 고대 사서에서도, 미국 대학 연구결과에서도 같은 반도인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노래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부모가 자녀 앞에서 노래 한번 안 한다. 옛날에는 자녀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생활 속에 노래가 있었다"며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겸해서 음악학원에 합창부를 만들어 사회복지시설에서 공연했더니 자칫 엇나갈 수 있었던 아이들도 밝게 변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잠시 오페라도 했었지만 다시 합창으로 돌아왔다. 합창은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뜻을 함께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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