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예방②-공동체 회복으로]선제적·사후적 사례관리로 예방

거제는 조선산업 경기후퇴로 실직 기간이 길어진 1인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재정적, 신체적 위기에 처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거제시는 고독사에 대처하고자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 예방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거제신문은 고독사 실태와 원인, 그리고 예방대책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고현동 중곡매립지 옛 미남크루즈 유람선터미널 주변에 노숙인 집결지가 있다.
고현동 중곡매립지 옛 미남크루즈 유람선터미널 주변에 노숙인 집결지가 있다.

거제시 주민생활과 이동영 주무관은 홀로 사망한 사람들의 쓸쓸한 장례를 올해 여러 건 치렀다. 혼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 중에서는 유족이 있어도 시신의 인수를 거부하곤 한다. 평소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족의 살림살이도 여유가 없어 장례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제시는 공영장례절차에 따른 장제급여가 현행 75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100만원 이상으로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고독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거제시가 장례지원을 강화하려면 따로 지원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거제시에서 혼자 사망한 사람의 공영장례절차는 장례라고 부르기에는 매우 빈약하다. 비용문제로 수의를 입히고 입관한 다음 화장을 하는 정도다. 최소 125만원이 필요하다는 장례식장 이용비는 공익성을 내세워 조금만 낸다. 거제에 공설화장장이 없으므로 통영 화장장에 외부인 화장비용 45만원을 내야 한다.

통영화장장을 다녀오는 운구차 비용은 최소 35만인데 다 내지 않는다. 화장하는데 2시간 전후가 걸리므로 통영으로 갈 때만 운구차를 이용한다. 화장이 끝나면 담당 공무원이 유골함을 가지고 거제시추모의집으로 간다. 다행히 거제시추모의집에는 무료로 안치할 수 있지만 봉안함은 사야 한다. 장례비 75만원으로는 도저히 봉안함 가격을 낼 수가 없어 당분간 '외상' 처리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은 사전 사례관리부터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떠나기 전의 삶도 쓸쓸했다. 지난해 10월 20일께 고현동 여관에 장기투숙하던 41세 남성이 쓰러져 거붕백병원에 후송했지만 간암 말기로 위독한 상태였다. 진주 경상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한달여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7일께는 능포동에 장기투숙하던 62세 여성이 건강상태가 나빠서 숙박업소 대표가 대우병원으로 후송했다. 유방암 상태 악화로 췌장에 전이돼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11월16일께에는 고현동에 장기투숙하던 58세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거부해 공영장례절차를 밟았다.

거제시는 숙박업소에 장기투숙자를 대상으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자 민관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관내 254개소 숙박업소에 긴급복지지원 우편물을 발송하고 담당 공무원의 대면상담을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최근 상담한 42세 남성은 아동보육시설 성지원에서 자랐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일자리를 찾아 거제와 대전 등을 옮겨다녔다. 지병은 없는데 몸이 쇠약해져 한번 일을 나가면 며칠 일을 못했다. 이러한 사례는 강도가 낮은 일자리만 구해주면 자립이 가능하다. 건강검진을 받고 자활사업에 참여해 월 70~80만원을 꾸준히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자활 의지가 없는 사람도 많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50세 전후의 여성은 공무원에게 다짜고짜 3만원을 빌려간 다음에 술을 먹고 다음날 5만원을 또 빌려달라고 했다. 모텔 요금이 밀려 모텔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알콜성 치매 현상을 보이는 이 여성을 경찰이 행정입원(강제입원)하려고 했지만 서류상 남편이 있어서 행정입원이 불가능했다. 경찰은 입원을 권유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병원에서 탈출해 무임승차와 무전취식을 일삼다가 다시 경찰의 손에 들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72시간 행정입원을 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인권을 고려해 퇴원의사가 있으면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고독사 위험군에 속하는 노숙인이나 숙박업소 체류자는 알콜 의존상태에 대부분 빠져있다"며 "알콜성 치매 의심자는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졌을 수가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의사를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자활 꺼리는 위험군 집중상담 필요

병원 입원이나 사회복지시설 입주를 꺼리는 사람들은 노숙을 선택하기도 한다. 고현동 중곡매립지 옛 미남크루즈 유람선터미널 주변에는 노숙인들이 상시 거주한다. 매표소 옆 다리 아래쪽이 명당인데 이곳에 자리 잡으면 비를 막아주고 햇빛은 잘 들어온다. 바로 옆에 공중화장실의 존재도 중요하다. 대체로 노숙인 집결지는 씻을 수 있고 마실 물이 있는 공중화장실을 끼고 있다.

이곳 친수공간에는 밤낮으로 화투 등 사행성 보드게임이 벌어진다. 노숙인이 아니지만 재미를 붙이고 일부러 차를 타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노숙인들은 돈이 없어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고 심부름을 하면서 '개평'이라고 부르는 푼돈을 받는다. 그러다가 돈을 잃은 사람이 기분 나쁘면 얻어맞기도 일쑤다.

이들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알콜중독에 빠져있지만 복지시설 입주는 거부한다. 익숙해지면 편하다는 이유다. 복지시설에 들어가면 규칙적인 생활과 일을 해야 하고, 자활에 성공하고 나면 기초생활수급에서 졸업해 차상위계층이 된다.

그러면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노숙이 낫다는 것이다. 거제에는 노숙인 상시거주 복지시설이 없고 경남 전체로 보면 창원 56명, 진주 150명, 사천 120명, 의령 95명 정원으로 4개소가 있다. 전체 정원이 421명이지만 자리가 부족하지는 않고 입소자 350명 전후로 운영된다.

거제시 관계자는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확인해 보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도 있다. 집에서 가출신고 후 몇 년 지나면 사망처리가 된다. 노숙 생활을 하니까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65세 이상 노인이면 생활실태는 몰라도 경제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되는데 그 이하의 연령대가 파악하기 어렵다. 날이 따뜻하고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노숙인들이 자활에 응하지 않기에 날씨가 좀 더 추워지면 보건소와 함께 집중 상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공동체 가치 회복이 중요

거제시는 시청 희망복지지원담당 면동 맞춤형복지 및 주민생활담당자를 중심으로 노숙인 밀집지역 상시지원반을 3개반 26명으로 구성했다.

노숙인 밀집지역인 고현항·고현버스터미널·고현종합운동장·계룡사 입구·독봉산 웰빙공원에서 집중 상담을 벌이고 이밖에 공사장과 공원 등 사람 왕래가 적은 취약지역 집중 순찰 및 상담해 시설 입소를 유도하고 있다. 정신질환, 알콜의존 환자가 발견되면 병원 안내 및 이송 조치하고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동상과 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처한다. 이러한 활동으로 최근 기초수급자 100여명을 신규등록할 수 있었다.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 신고 및 신청이 아닌 복지사각지대의 발굴이 절실하다. 면동별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정기적으로 간담회을 열고, 도심지 특정지역을 정해 일주일 전부터 예고하고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연탄은 에너지관리공단과 협의해 대체연료로 교체하고, 이렇게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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