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선 논설위원
강래선 논설위원

어느덧 반백을 넘어선 나이에 학교 동창회 모임은 만남 자체가 좋고 나름 삶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기회도 된다. 그러나 이런 모임에서조차도 시대 상황을 반영해 조심해야할 금기가 있다. 잘 알지 못하면서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묻는다고 사업이나 직장을 물어보는 것은 조심스럽다.

지금 우리 지역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 자영업이나 나름 중소기업이라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조선업 분야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언제 해고 통보가 올지 좌불안석 그 자체이기에 상대가 이야기 하지 않는 이상 물어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처럼 힘든 불경기가 장기화되다 보니 요즘 청년들을 두고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즉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청년들이 취업과 결혼, 자식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실이 누구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더욱 해결책이 묘연하다.

옛날 속담에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이다. 소위 금수저·흙수저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길은 어지간한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믿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거제의 성장 동력 산업이었던 조선 산업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어 서민들의 경제사정은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그동안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거제경제가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양대 조선소 주변에 몰려 있는 식당과 술집의 퇴근 이후 모습도 달라져 예전에 삼삼오오 모여서 하루의 힘든 노동을 한 잔의 술로 달랬던 노동자의 모습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조기 퇴직한 사람들이 창업 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가게 간판만 바뀌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지금 거제의 현실이다.

거제 정치인은 거제 경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위기 뒤에 숨어 있는 기회를 찾아 시민들에게 희망을 꿈꾸게 해야 한다. 지금의 암울한 현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 끈을 놓아버리면 그때가 진짜 끝이다. 조선산업 불황을 지금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고 해도 새로운 대안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문가 진단처럼 곧 노후 선박 교체시기가 다가오고 있기에 그때를 대비해 기술력과 인력을 재편하고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과거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에서 진일보한 집약적 기술 육성과 같은 첨단 조선업에 집중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조선산업 세계 1위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 제대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 때를 같이해 거제시가 최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았다는 것은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거제 관광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비싼 숙박요금과 음식값 그리고 내세울만한 관광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통영은 하늘에 케이블카, 땅에는 루지, 그리고 섬 투어 관광으로 나름 특색을 갖추고 있는데 아직 거제는 외도와 바람의 언덕 학동몽돌해수욕장 등 자연풍광을 보는 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거제는 바다를 끼고 있는 연안 700리의 화려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은 있을지 몰라도 요즘 세대들이 찾는 스토리와 체험을 통해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지금부터라도 거제 해양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스터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소득 3만불 시대를 준비하는 해양마리나 산업, 그리고 저도 반환을 통해 대통령 휴양지를 국민의 휴식처로 탈바꿈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 한다면 거제를 국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메스컴을 활용한 홍보가 필요하다.

통영의 '다찌'라는 음식문화가 TV를 통해 소개되고 난 뒤 너도 나도 통영을 한번 가봐야 겠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어 통영을 온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더욱 만족한다는 관광객들의 반응을 감안해서 거제만의 독특한 문화를 관광 상품화로 연계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임진왜란과 6.25 전쟁의 아픈 역사 속에 거제만이 가지고 있는 전쟁의 비극과 상처 그리고 그 속에서 나라를 구한 시민정신을 연계하고 여기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정서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면 새로운 관광 문화상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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