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칼럼위원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칼럼위원/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올 6월에도 옥포대첩기념제전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425년 전 옥포해전의 의미와 오늘의 우리현실에 견주어 얻는 교훈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옥포해전은 1592년 음력 5월7일 옥포 앞바다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지휘한 조선 수군이 일본수군의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를 무찌른 해전이다. 이 해전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룬 첫 승전이다.

전투는 1592년(선조25년) 4월 일본군이 가또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끼나가를 선봉으로 조선을 침략해 부산진과 동래를 함락하고 계속 북상했다. 또한 일본 수군이 거제도 쪽으로 진출하자 경상우수사 원균은 전선과 무기들을 수장시키고 거느리고 있던 수군 1만명을 해산시켰다(국조보감). 그러나 원균은 뒤늦게 전라도·충청도 지방에 이르는 해로(海路)의 목줄인 옥포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에 이순신은 판옥선 24척·협선 15척·소형 포작선 46척으로 구성된 85척의 전라좌수영의 함대를 이끌고 음력 5월4일 새벽에 여수항을 출발했다. 그러나 그때는 일본군이 한양을 점령한 다음날이며, 선조는 한양을 포기하고 피란길에 오른 뒤였다.

음력 5월6일 아침에 통영 당포 앞바다에서 원균의 경상우수영의 함대(판옥선 4척·협선 2척)와 합류했다. 거제도 송미포(다대포구)에서 밤을 새우고 낙동강 하구의 가덕도로 항진하던 연합함대는 정오 무렵에 척후장 김완이 옥포에 정박중인 일본 수군 함선 50여척을 발견했다. 이순신은 군사들에게 '가볍게 움직이지 말라.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라(勿令妄動靜重如山)'고 명했다.

옥포만에는 도도 다카토라가 이끄는 일본함선 50여척이 정박해 있었다. 선봉장 옥포만호 이운룡을 선두로 화포사격을 퍼붓자 기습을 당하고 전열을 갖추지 못한 일본 수군은 해안선을 따라 탈출을 시도했다. 이순신은 퇴로를 봉쇄하고 포격을 퍼부으며 적선을 깨부쉈다. 순식간에 일본함선 26척이 격침됐다.

임진왜란 최초의 전승이자 '23전 23승 신화'의 시작이었다. 옥포해전으로 일본은 함선 26척이 침몰하고 4000여명이 전사했다. 이 해전으로 조선수군의 사기는 충천했다. 이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마산 합포 앞바다의 일본함선 5척과 고성 적진포의 일본함선 11척까지 격파했다. 이순신이 옥포해전에서 승리한 그날, 피란길의 선조가 평양에 도착해 이순신의 첫 승전보를 들었다.

옥포해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힘이 전제되지 않는 평화란 허구가 아닐까? 전략·전술 면에서 고찰해보면 우선 일본군의 보급로인 해상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의 조선 수군은 왜군에 비해 우수한 함포가 존재했었다. 조총의 사정거리 밖에서 함포로 왜군의 함선을 무력하게 만드는 전술과 무기체계가 해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오늘 우리 안보현실은 어떤가?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협박당하고 있는 현실이 두렵다. 게다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러시아·일본의 자세가 만만치 않다. 지정학적으로 오랫동안 외세에 시달려온 역사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십만 양병설'도 무시하고 당쟁만 일삼았던 지도자들, 일본군이 쳐들어왔을 때 백성을 버리고 도망부터 가던 지도자들,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게을렀던 군인들이 있었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운 때인데도 충신을 모함하는 시기·질투의 국민성이 역겹다. 그뿐인가? 구한말은 어떠했던가? 외세의 눈치만 보다가 결국 일본에게 합병당한 치욕스런 역사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역사를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현실은 어떤가? 나라의 지도층이라 일컫는 사람들의 행태가 수상하다 못해 미덥지 못함은 혼자 생각일까? 당리당략에다 '내로남불'로 나라의 앞날과 경제위기·안보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지도층 인사들의 볼썽사나운 행태는 국민을 실망시키다 못해 절망하게 한다. 대승적인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협의해서 협력해 선을 이루는 모범적인 지도자상을 보고 싶다. 도대체 나라 걱정은 누가 해야 하나. 누가 이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서 지키려고 하겠는가.

먼저 국가를 걱정하는 애국심이 아쉽다. 충무공의 우국충정과 멸사봉공의 거룩한 얼이 아쉽다. 옥포만에 밀려오는 푸른 물결처럼 온 누리에 충무공의 우국충정의 기상이 퍼져서 일치단결해 나라를 지키고 걱정하는 우리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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