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마저 외면한 죽음 '고독사'
통계마저 외면한 죽음 '고독사'
  • 거제신문_관리자
  • 승인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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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①-공동체 회복으로]통계마저 외면한 죽음, 고독사

거제는 조선산업 경기후퇴로 실직 기간이 길어진 1인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재정적, 신체적 위기에 처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거제시는 고독사에 대처하고자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 예방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거제신문은 고독사 실태와 원인, 그리고 예방대책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관내 최고령 기초생활수급자의 집을 찾아가 건강 및 심리상태를 살피고 있다. 고독사 예방은 위험군에 속할 수 있는 1인가구를 발굴해 사례관리하고 단순한 재정지원을 넘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요인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관내 최고령 기초생활수급자의 집을 찾아가 건강 및 심리상태를 살피고 있다. 고독사 예방은 위험군에 속할 수 있는 1인가구를 발굴해 사례관리하고 단순한 재정지원을 넘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요인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난 8월 옥포2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사망한지 2주 이상 지난 사체가 발견됐다. 사망자는 1965년생으로 미혼이고 부모는 오래 전에 사망했다. 형제자매 5명이 있지만 모두 연락이 끊겼다.

최초 발견자는 이웃 주민으로 지난 8월 19일 오후 5시께 악취와 해충 피해를 호소하며 관공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거제시 담당자가 유족과 연락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옥포2동에서 예산 40만원으로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와 방역을 실시했다.

사망자는 기초수급자 등 복지대상자가 아니었다. 소득 있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의 교류는 없었다. 거제지역 조선경기 후퇴로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지 못했고, 대리운전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1인 가구 생활자가 사망하는 경우 평소 교류가 없던 유가족들은 시신을 포기하곤 한다. 그간 교류가 없기도 했고 장례비용도 부담돼서다. 사망자가 기초생활수급자였다고 하더라도 장제급여가 75만원에 불과해 통상적인 장례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다. 유가족이 외면하는 사망자는 공영장례절차에 따르게 된다.

이처럼 혼자 거주하다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으며, 일정시간이 지난 후 시신이 부패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것을 고독사라고 한다. 사후에 시간이 지나 발견됐다는 것은 교류하는 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우 유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인수를 거부하곤 한다.

발굴된 위기가정에는 청소 서비스를 비롯한 거주공간·취업·음식·생활용품·의료·심리상담·법률 등의 통합 사례관리가 요구된다.
발굴된 위기가정에는 청소 서비스를 비롯한 거주공간·취업·음식·생활용품·의료·심리상담·법률 등의 통합 사례관리가 요구된다.

고독사는 통계가 없는 죽음

고독사는 통계가 없다. 혼자서 사망하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사망 원인을 103가지로 나눠 통계를 낸다. 이중에 고독사는 없다. 한국방송공사는 2013년 무연고 사망자를 전수조사해 고독사 숫자를 추산했다.

50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파산 또는 명퇴,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관계가 나빠지고, 일자리를 구하다가 건강마저 나빠져 사망하는 패턴을 보였다. 거제시가 인지한 지난해 무연고자 사망은 6건이었다. 이중에 유가족이 인수를 포기한 3건이 고독사로 판단된다. 올해 고독사 추정사건은 1건이다.

고독사는 최초발견자의 충격도 크다. 사람의 신체는 사망 후 신선기(2~3일)를 지나 팽창기(3일 이후)에 도달하면 장기에 살던 박테리아 번식으로 부패액과 구더기가 생겨 주변을 어지럽힌다. 이들은 사망 전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원했지만, 집주인은 조용히 치우는 데만 집중한다. 망자에 대한 추모는 없다.

고독사 예방 위한 위험대상 발굴 나서

거제시는 고독사에 대처하고자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보고 통합사례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가 고독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복지허브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옥포2동 1만1000세대 중에서 등록된 1인가구는 3089세대다. 조선산업 근로자들은 주소지를 옮겨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1인가구는 더 많다.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는 위기에 처한 이웃을 찾는 도움신청서를 배포하고 개인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체통과 현관 등에 도움신청서를 배포한 결과 50건이 넘는 상담신청이 들어왔다. 급한 곳부터 차례로 방문상담하며 위기가정에 긴급구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6일 위기가정에 동행취재를 해봤다. 도움을 주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가정을 방문했다. 1961년생 여성 1인가구로 가요주점을 하다가 폐업한 후로 재정상태와 건강상태가 함께 나빠졌다고 했다. 다른 가족은 없고 딸 2명이 있는데 도움을 줄 형편이 못된다. 29세인 큰딸은 결혼해 상문동에 산다. 사위가 실직해 아이도 있는데 5달 월급을 못받는 처지다. 성이 다른 딸은 어디서 사는지 모른다.

그는 "장사를 하다가 경기가 나빠져 2달전 폐업하는 바람에 투자한 돈을 다 까먹고 빚만 졌다. 개인파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건강이 나빠져 심장병과 고혈압, 우울증이 왔다. 대인기피증에 돈이 다 떨어져 병원에 마지막으로 간지가 몇 달 됐다"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25만원인 방인데 가게를 하려고 전세금을 빼먹고 월 35만원을 주고 있었다. 임대료가 7~8개월 밀렸는데 지인이라서 참아줬다. 위기가정 돕는다는 우편물을 보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옥포2동에서는 이 위기가정에 금융정보조회 동의서를 받아 3달 밀린 전기요금과 건강보험 등 공과금을 긴급지원했다. 우선 3개월 4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고, 임대료는 민간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40~50만원씩 지원해 집주인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재산보다 상황 먼저 살펴서 지원해

위기가정을 지원할 때는 일차적으로 재산보다 상황을 먼저 살핀다. 폐업 또는 실직 2개월 이상이며 금융자산 500만원 이하이면 된다. 올해 거제시 예산은 6억원 정도이며 700여명이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위기가정 긴급지원이 이뤄지고 나면 건강상태와 근로능력을 살펴 사후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급한 불은 껐다고 해도 위기에 빠진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 위험군은 복지사각지대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속한다. 이를테면 거제가 주소등록지가 아니면서 거제에서 일용직 조선근로자로 일하다가 실직했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고 위험에 처해졌다면 행정에서 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위기에 빠지기까지 행정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위기에 빠졌는데도 도움을 거절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거제시 주민생활과 관계자는 "실직 전에 생활에 문제가 없었던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회복지가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기곤 한다. 위기가정 상담을 홍보해도 자신의 얘기라고 생각 안한다"며 "이웃에서도 전화 한통 해주는 관심이 필요하다. 아직도 자력구제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신 차리면 해결된다고 하는데 요즘 거제의 상황이 정신 차린다고 되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행정이 얼마나 개입할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금만 도와주면 생활이 개선될 수 있는데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교정시설을 들락거리고 노숙을 하면서도 그 생활이 익숙하다며 도움을 거절한다. 몸이라도 상했으면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데 몸도 건강하다. 고독사 위험군인데 도움을 거부하면 어디까지 행정이 개입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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