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시장이 기자간담회 자청한 이유

권민호 거제시장이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글 첫머리에 '도청도설(道聽道設)'을 언급했다. 길거리에서 퍼져 떠도는 뜬소문이라는 뜻이다. 그는 지난 7년간 자신을 흠집 내려는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허무맹랑한 억측들이 난무했다고 하소연했다.

거제시정보다는 최근 불거진 자신에 대한 의혹과 논란에 대한 항변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권 시장은, 일련의 사건에 자신이 깊숙이 결부되거나 주도한 것처럼 비춰지는데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권 시장이 언급한 최근의 논란은 세 가지다. 자유한국당 탈당과 더불어민주당 입당 추진, 정적제거 조폭 사주설, 뇌물수수 간부 공무원 사건이다. 먼저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불쾌한 기색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민주당에 간다면 대접받고 가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초라하게 보이도록 하면서까지 가지 않겠다. 도지사 선거는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적제거 조폭 사주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억측에 의한 근거 없는 보도와 소문에 법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 살면서 땀 한번 흘리지 않고 다른 이를 뜯어먹는 사람의 말은 신문에 실리고 시장의 얘기는 없다"며 "언론을 다른 표현으로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한다. 또 입법·사법·행정과 함께 '권력의 제4부'라고도 불린다. 그만한 역할의 크기와 함께 책임의 중요성도 내포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뇌물수수 간부 공무원 사건에 대해서는 본인과 공직사회가 청렴하도록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 시장은 "청렴하고 부정 없는 공직사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더라. 열 명이 지켜도 도둑 하나 못 잡는다 했듯이 작정하고 비리를 저지르려고 마음먹으면 막아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며 "나는 측근이 없고 정적도 없다. 역대 거제정치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어서 권 시장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또 내가 도지사에 출마하고 거제에서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인데 정적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내가 일을 많이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다"며 "억측을 앞세운 기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고소장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시장이기 때문에 일단 접어뒀다. 시장 자리를 내려놓고 나면 나를 명예훼손한 기사를 찾아내서 고소할 생각이다. 앞으로 도지사 도전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권 시장의 이번 기자간담회 자청의 의미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구설수로 레임덕 조짐이 보이자 도지사 도전 선언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하기도 한다. 권 시장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인간관계를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이기에 끊어야 할 때도 있다"며 "도지사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게 (거제지역에서) 무슨 정적이 있겠나. 언론도 억측하는 보도를 자제하고 나의 도전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거제지역에서도 정치권 지각변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은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거제를 넘어 도지사에 도전한다면 거제출신 도지사 배출을 위해 분열된 지지층이 다시 규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제지역의 한 언론계 인사는 "한 지역에서 정치를 오래 하다보면 지지세력도 두터워지겠지만 적도 많이 생긴다. 그런데 지역 안에서 경쟁하느라 서운한 감정이 있던 사람들도 자기지역 출신이 더 큰 무대에 도전한다면 이왕지사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며 "능수능란한 정치인은 그러한 심리를 활용할 수 있고, 나중에 여의치 않으면 다시 지역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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