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늘부터 주식거래 가능
구조조정으로 덩치 줄어 초기 하락 예상
재개 직후 하락시점이 투자 적기 의견도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거래가 지난해 7월 분식회계로 정지된지 1년 3개월 만에 재개된다. 주식시장은 거래가 재개되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투자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6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오늘 30일부터 매매거래가 재개된다.

대우조선해양은 30영업일 이상 거래가 정지됐다가 재개된 기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래 재개 당일 기준가의 50∼150% 범위에서 호가를 접수해 시초가를 결정한다. 이후 시초가를 기준으로 가격제한폭 ±30%를 적용받게 된다. 거래가 정지될 때 대우조선해양의 종가는 4만4800원이었다. 따라서 주가 움직임은 최소 1만5680원에서 최대 8만7360원까지 가능하지만 증권업계에선 1만원대 후반을 예상하고 있다. 거래정지 직전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재개시 대우조선해양 주가의 초반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종가 4만4800원이 현재 기업가치보다 비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거래 정지기간 자본 확충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이 여신 2조3000억원 가량을 출자전환했다. 이는 만기가 40년으로 사실상 영구채로 보는데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주식투자를 위한 기업가치 분석에서는 부채와 다름없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영구채를 부채로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1만8400원이 된다. 종가 4만4800원을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43배가 돼 업계 평균 0.72배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 자본으로 본다고 해도 1.12배로 여전히 업계 평균을 넘어선다. 게다가 코스피200지수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퇴출됐기 때문에 코스피200지수로 구성하는 펀드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매도될 수밖에 없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개선됐고 분식회계 사태 이후 경영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거래 개시 직후 하락 시점에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우세하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647억원이다. 지난 1분기 2233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3분기 실적은 다음 달 발표되는데 흑자 폭 확대가 확실시된다.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회계부정 혐의로 지난해 7월15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거래소는 작년 9월29일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선 기간으로 1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 만료 후 15영업일 이내에 거래소가 심사를 마쳐야 하지만 추석 연휴로 일정이 지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안도하는 분위기 속에 올해 막바지 수주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주식거래 중단 등 불안정한 재무상태로 선주들과의 수주협상에서 곤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주식거래가 중단되기 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6월25일 주가 14만4000원에서 분식회계 논란을 일으킨 대규모 손실 누락이 밝혀졌고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 그해 8월17일 주가 6만6100원 시점에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 누락 손실을 회계에 반영했다. 발표된 2분기 실적은 영업손실 3조339억원이었다.

같은해 10월22일 주가 6만7900원에서 채권단은 이른바 '서별관회의'를 열고 4조2000억원 규모 1차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호재로 작용해 주가는 약간 회복 조짐을 보였다. 11월13일 주가 6만2000원 시점에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논란 중에 상여금으로 주식 196억5750주를 지급했음이 드러났다.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그해 12월22일 주가 5만1100원일 때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결정되는 호재가 있었다. 산업은행과 우리사주 조합이 각각 3826억원, 316억원 증자에 참여했다.

이듬해인 2016년 3월7일 주가 6만400원에서 2015년 영업손실 5조5051억원이 공시됐다. 이전 8년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6월10일 주가 4만8650원에서 거제경찰서는 회삿돈 179억원 횡령 혐의로 대우조선해양 임명규 전 차장을 구속했다. 이후 6월15일 감사원 감사 결과 대규모 손실을 숨긴 2013~2014년에 임직원 성과급으로 2049억원을 부당지급했음이 드러났다. 주가는 4만3800원까지 떨어졌다. 그해 6월 28일 주가 4만800원에서 남상태 전 사장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남 전 사장은 지인 물류회사에 일감 몰아주는 방식으로 35억원대 부당이익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호재로 작용한 듯 주가는 오히려 약간 올랐다.

2016년 7월14일 주가 4만4800원에서 마침내 거래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거래가 중지되기 전까지도 대우조선해양 주식에 대해 '매수' 또는 '보유' 투자의견을 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꽤 많았다. 신용평가사들은 5조원대 부실이 드러나고 나서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우량등급(A-)에서 투기등급(BB+)으로 낮췄다. 안진회계법인은 회계 추정 오류였다며 뒤늦게 2조4000억원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지난 2015년 6월25일 14만4000원이었던 주가가 4만4800원으로 폭락해 거래가 중지될 때까지 금융시장의 비상벨은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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