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송(宋)나라 때, 사마(司馬) 환퇴(桓退)가 반란에 가담했다가 실패하자 도망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가 도망칠 때 천하 최고의 보석을 어딘가에 숨겨놓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왕도 그 보석이 탐이 났다. 그래서 환관에게 한퇴를 만나 그 보석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어렵사리 환퇴를 만났을 때 환퇴는 "그건 내가 도망칠 때 궁궐 연못에 던져 버렸네"라고 일러주었다. 환관의 보고를 받은 왕은 당장 군사를 동원해 연못의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닥이 드러나도 보석은 없었다. 그런데 연못의 물을 다 퍼내자 애꿎은 물고기들이 다 죽고 말았다. 이를 두고 '지어지앙(池魚之殃)'이라는 고사(故事)가 생겼다. 조선후기 잡록인 순오지(旬五志)에서는 '경전하사(鯨戰蝦死)' 곧,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말했다.

옛날 그림에 새우가 등장한다. 화폭뿐 아니라 밥그릇이나 도자기에도 새우그림이 그려져 있다. 새우는 등을 굽히고 사는 모습에서 '견양지덕'을, 눈이 튀어나와 반짝거림에서 '도약과 발전'을, 무리를 지어 살기 때문에 '화합'을, 긴 수염이 '무병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깊은 뜻은 과거급제다. 새우의 껍질이 갑옷을 입은 것과 같다. 이때 갑(甲)은 천간의 첫째로 모든 등급이나 차례를 매길 때 맨 먼저다. 과거시험에서 갑의 등수를 차지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은?'라는 난센스 퀴즈의 답은 '새우'다. 그 넓은 바다가 좁아서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기 때문이다. 새우를 벌레로 취급하는 몽골이나 갑각류 자체가 금기인 유대인 말고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이 새우다. 그리스 사람들은 회는 먹지 않지만 새우요리는 고급으로 대접받는 음식이다. 한방에서는 새우가 남성의 양기를 북돋워주는 강장식품이라서 '혼자 여행할 때 새우를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혼밥 문화가 늘면서 손질이 간편한 새우가 이마트 수산물 매출 1위 자리에 올라섰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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