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1881~1973)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종교와 관계없이 하얀 비둘기를 평화의 전령사로 생각하며 분쟁이 있는 곳에서 협정과 대화가 필요하면 비둘기를 그 심벌마크로 사용한다.

피카소는 20살이 되는 1901년부터 그의 그림들을 짙고 우울한 느낌의 청색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이른바 '청색시대'의 시작이었다. 청색시대에서 피카소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나타냈으며, 삶과 죽음의 깊이를 인물속에 담아 그릴 수 있을만큼 예술적으로 성숙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는 이 무렵의 작품이다. 청색시대 피카소의 작품 대부분이 주제나 색조에 있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우울함을 담고 있지만 이 작품은 소녀의 사랑스러움과 그 보다 더 가여린 비둘기의 모습에서 당시의 작품들과 대비되는 따뜻함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비둘기를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티없이 맑은 영혼이 천상에 보내는 기도가 연상되는 이 그림은 피카소의 또 다른 대표작 '게르니카'와 더불어 전쟁을 비롯한 어떠한 폭력도 거부하며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그의 신념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피카소가 말하는 진정한 평화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며 서로를 위해 바치는 기도이다.

이 그림은 원래 영국 귀족 애버콘웨이의 소유로 영국의 여러 미술관에서 40년 가까이 대여형식으로 전시돼 영국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지만 2012년 카타르 미술관위원회에 팔렸다.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정부는 한시적으로 그림의 해외반출을 막으면서 작품을 다시 사들이려 노력했지만, 결국 카타르의 자금력을 이기지 못해 국외로 팔려 나갔다. 당시 환율로 831억이 넘는 가격이었다.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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