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수상자 없어
추천된 후보자만 투표로 결정
심사위원·투표과정 비공개

거제시민상 수상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정되지 않은 가운데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을 찾아보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거제시는 최근 열린 거제시민상 심사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제시민상은 7월 한 달간 후보자를 추천받고 8월에 거제시 거주 기간 등 기본 요건 확인 및 공적 검토를 한 다음 9월에 심사위를 구성해 수상자를 선택한다.

심사위원은 20명이고 거제시민상 수상자가 되려면 참석한 심사위원 3분의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위원장은 부시장이고, 시의원 5명, 저명인사 10명, 시 간부 공무원 4명으로 구성되며 위촉(일반 시민) 및 임명(공무원)권자는 시장이다.

거제시민상 심사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다. 우선 시장이 임명한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수상자만 결정되면 그것만 알린다. 득표 수도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 심사위는 20명 중에서 17명이 참석했다. 결원은 공무원 1명, 시의원 1명, 저명인사 1명이다. 후보자 수는 8명으로 다른 해보다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찬성표 3분의2를 얻은 후보는 없었다는 것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심사위원과 투표 결과를 공개하면 탈락자가 자신이 왜 안됐냐고 항의할 수 있어서 비공개로 하고 있다. 득표 수도 공개하면 후보자가 자신의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고 항의할 수 있다"며 "추천을 받아야 심사 대상이 되지만 본인이 사실상 자기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있어서 항의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거제시민상 심사과정을 공문으로 남기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거제시민상의 선정과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해마다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지난 2011년 제15회 거제시민상은 선정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여무남 전 대한역도연맹회장은 심사위원 17명 중 16명의 찬성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회장은 출향인으로 거제의 위상을 높였고 거제스포츠파크 체육관의 체육기금 유치에 이바지했기에 수상자격이 없다는 논란은 아니었다. 문제는 여 전 회장이 1년 전에도 거제시민상 후보였다는 점이다.

불과 한 해 전에 심사위원 찬성표 3분의2를 얻지 못한 후보가 이듬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시민상 선정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지만 거제시의 제도 개선은 없었다.

일부 탈락자들은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기에 3개 부문으로 구성된 수상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심사위원이 위촉됐는지 알 수 없고, 단지 시장의 입맛대로 정하다보니 공정성 논란이 벌어진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심사위원들이 찬반 투표를 할 때 무기명으로 진행하므로 심사위원과 득표수를 공개해도 된다고 설명한다. 거제시민상은 교육문화·체육·애향 부문과 산업경제·지역개발 부문, 사회복지·지역안정 부문으로 나눠 수여하고 있다.

거제시 외에도 시민상 선정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다가 논란이 벌어진 지자체들이 있다. 인천시 남동구는 불법임대 혐의로 고발된 기업주에게 시민상을 줬다가 홍역을 치렀다. 제주시는 시장 선거 사무장을 했던 사람에게 시민상을 줘서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 역대 수상자는 "나도 거제시민상을 받은 사람이지만 시민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심사위원을 공개하고 전문성 있는 분으로 위촉하며, 평가한 공적조서도 공개해 시민이 납득하고 참여하는 거제시민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상 선정과정 자료조차 안 남기고, 상패 한 번 주고 나면 아무런 사후관리가 없다. 시민상 선정과정에 역대 수상자가 참여하는 방법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시 인구가 25만명이 넘고 출향인도 많은데 추천자 중에서만 심사한다는 소극적 행정을 벗어나야 한다. 반드시 매년 수상자가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례를 고쳐서라도 꼭 상을 줘야 하는 분들을 찾아나서야 받을 분들이 받게 되고 상의 권위가 높아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한 번 모여서 한두시간 만에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수상자를 발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추천된 분들만 투표로 가부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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