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유공자 장관상 받은 김영자씨

거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역번역사로 일하는 김영자(48·고현동)씨가 여성가족부에서 주는 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유공자 장관상을 받았다. 김씨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성장한 조선족 결혼이주여성으로 지난 2004년 거제에 정착해 2009년 8월부터 통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구 대비 다문화가정이 많은 거제에는 언어 장벽에 부딪혀 다문화 지원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주여성이 많다. 한국에 올 때만 해도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던 김씨는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생활 초반에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법적 문제 해결과 문화적 적응, 자녀양육 문제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결혼이주여성 중 조선족이라면 부모님을 포함한 직계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데, 부모가 60세 이하이면 3년까지 취업비자로 한국에 나올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비로소 이 사실을 알고 부모님을 초청하는 사례가 많다.

또 다문화 가정에 자녀가 5살이 될 때까지 아이를 봐주는 이유로 부모를 초청해 4년 10개월까지 머물게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1년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하는데 이 사실을 몰라 뜻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김씨는 "결혼이주 6개월 만에 남편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대처를 잘 하지 못해 한국에 온지 1년만에 돌아가는 안타까운 분이 있었다. 출입국관리소에 남편 사망진단서를 가져가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받으면 한국에 계속 머물 수 있는 경우였다"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먼저 왔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는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렇게 결혼이주여성에게 더 큰 봉사를 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하얼빈 고향 근처에 조선족 학교가 없어 중국 학교만 다녔던 그는 처음에 남편과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먼저 한국으로 결혼이주한 언니의 영향을 받아 지난 1997년 한국행을 결심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은 전혀 없었다. 이후 사전 3개를 항상 가까이 하면서 독학으로 한국말을 습득했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검정고시에 차례로 도전해 합격했다.

올해 2월에는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해 대학 교육의 꿈도 이뤘다. 지금은 대학을 마치자마자 사회복지사 양성과정을 시작해 식지 않는 학구열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실습봉사에 열중하느라 지난달 21일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시상식 참석도 마다했을 정도다.

원주에서 이번에 열린 전국 다문화 네트워크 대회는 매년 다문화 관계자들이 모여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다. 이 기간에 다문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유공자 정부포상도 함께 진행했다.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김씨와 같은 통역번역사가 280여명이 일한다. 통역번역사에는 전문통역사와 일반통역사, 그리고 통역사보가 있는데 김씨와 같은 전문통역사는 그리 많지 않다. 김씨는 전국적인 통역번역사 인맥을 바탕으로 여러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통번역 및 기타 지원서비스를 연결해주고 있다. 거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김씨와 함께 베트남 통역번역사 1명만 근무하지만 다른 언어의 통번역도 가능한 이유다.

거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박진희 센터장은 "다문화 지원 관련 행정 업무에 대해 워낙 뛰어나서 다른 직원들이 김씨에게 자문하는 일이 자주 있다"며 "김씨는 지난 2010년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았고 2012년에는 경남도 전문중국어통번역지원사로 임명받을 정도로 헌신해오다가 이번에 장관상을 받았다. 거제 다문화 가족 모두가 기뻐할만한 쾌거"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고교 2년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이면서 지역 다문화 가족의 어머니 역할도 하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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