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가 보는 세상

고현·상문동 일대 상가의 모습. 한눈에 보기에도 여러 간판들이 복잡하게 즐비하고 있어 미관상으로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현·상문동 일대 상가의 모습. 한눈에 보기에도 여러 간판들이 복잡하게 즐비하고 있어 미관상으로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제를 포함한 우리나라 상가만의 특징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복잡하게 놓여진 간판들이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복잡하게 늘어진 간판 때문에 놀라고, 길 찾는 것에서도 혼동을 느끼기도 한다. 체계적이지 못한 경관계획 때문에 다른 나라의 간판들과 비교할 때 심미적인 요소에서 상당히 뒤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과연 원색적이고 틀에 박힌 간판을 달아 가게를 홍보하는 것이 '상점·영업소 따위에서 이름이나 판매상품의 눈에 잘 띄게 해주는 표지'라는 간판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 사항이다.

지역 고등학교 A양(18)은 "오히려 깔끔하고 단순한 간판이 눈에 보기에도, 특정 상점들을 기억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며 "현란한 간판 조명들 때문에 눈이 아플 뿐더러 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우리나라의 상가 간판들은 개성 없이 양적으로만 승부하는 형태가 됐을까?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하면 층수에 따른 간판설치 가능 여부나 모양·크기·색깔, 표시 또는 설치의 방법 및 기간 등에 관한 기준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고 시청에 허가를 받고 설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는 경우가 다반수이다. 또 이런 법률 자체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심지어 지자체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미 깨닫고 있지만 자영업자들과의 충돌 및 규제 행위의 장기적 진행 때문에 눈감아주는 관례가 생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이런 관행들을 개선하고 도시 경관을 가꾸는 움직임이 타 지자체나 신도시 등에서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에서는 무려 4여년에 걸쳐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을 실시해 국내에서 가장 긴 간판거리를 만들었다.

여러 상가 건물의 본래 간판들을 떼어내고 단조로운 느낌의 LED 간판들로 정리해 나가면서 네온사인이 난립하는 풍경에서 깔끔하고 은은한 불빛으로 거리를 채울 수 있었다. 그 결과 동네 주민들과 반발이 극성하던 상인들까지도 글씨가 더 잘 보이고 거리가 아름다워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거제시에서도 간판정비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면 더욱 보기 좋은 도시경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을 벌이려면 예산마련이 문제인데, 재정상태가 좋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어지럽게 늘어진 간판 설치에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으므로 정부의 보조 정책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 보여진다.

이제는 이런 간판설치 관행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며 서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단속 강화 및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이 모두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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