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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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有口無言)이란 입은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부끄러워 변명할 말이 없거나 변명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하는 고사성어이다. 함구무언(緘口無言)이란 할 말은 많지만 입을 다물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요즘 거제에서는 유구무언과 함구무언을 혼동해 사용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지난 주 필자도 함구무언이라 이번 참에 인격수양을 하는 중이다. 남에게 엄격하듯이 자기에도 엄격해야 한다. 자기에게 관대한 것이 자기를 부패시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남에게 베푸는 인격의 외공과 남에게 따라주고 순종해 주는 수순의 인격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공이 이뤄져야 외공의 인격이 가능하다. 베푸는 연습은 나눠 갖는 인격 수련이다. 그런데 베푸는 것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 상대방이 불쌍해서 베푼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것은 교만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아픔을 동정에서 베푸는 경우는 자칫 잘못하면 남을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기 쉽다. 동정은 낮은 차원의 베품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베풀어야 한다. 법정 스님은 베푼다는 것도 옳은 말이 못된다고 했다. 그냥 '나누어 갖는다'는 말이 옳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소유권을 갖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일시적으로 주어진 권리권을 가졌다가 두고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과 나눠가질 권리가 권리권이라는 것이다. 갖는다는 것은 괴로움을 수반한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또 하나의 나를 얽매는 사슬이다. 가시줄만 사슬이 아니고 황금줄도 사슬이라고 한다. 부패와 병폐는 지나친 소유욕에서 온다. 그래서 나로부터 해방이 가장 중요한 해방이다. 나를 비울 수 있으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를 비울 줄 알고 소유욕에서 벗어나 베품을 생활화할 때 인격의 외공이 생기는 것이다. 인격은 겸손하는 내공과 베품의 외공이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남의 뜻에 맞추거나 순순히 따르는 게 수순이다. 수순은 무조건 남의 의견에 따르고 순종한다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이익이 되도록 상대가 편해지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함께 해주고 기쁨과 고통을 같이 나눈다는 의미다.

요즘 우리들은 각박한 사회 속에서 협조하기 보다는 지나친 나만의 고집을 내세워 상대를 비방하고 방관하고 있다. 남의 훌륭한 인격을 본받는 것도 수순이다. 나의 오만과 편견을 버리는 것도 수순이고 나의 아집에서 벗어나는 것도 수순이다. 남을 위해 배려해주는 수순도 인격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겸손의 내공과 베품의 외공 배려의 수순이 우리의 몸에 배어있을 때 비로소 인격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것이다. 인격의 향기는 몸에서 풍겨야 한다. 그것은 일시적인 호의나 잠깐의 마음으로는 풍겨질 수 없다. 부단히 배워서 겸손하고 베풀고 수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인격의 향기는 같이 나누려는데서 풍겨진다. 우리의 속담에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다. 나누면 욕심을 가라앉힌다.

그러면서 서로 이웃의 생육에 수순하고 공존한다. 이 무엇이 이 세상의 주인이겠는가. 주인은 없는 것이다. 하늘 같이 막힘이 없고 바다 같이 끝없이 메임이 없이 사는 것이 행복임을 아는 것이 인격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봉사할 줄 아는 것이 인격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남을 위하는만큼 자기 자신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이라는 말과 같다. 인격은 자신이 얼만큼의 자유를 향유하고 사느냐 하는 것이다. 갖고자 하는 마음으로는 최상의 행복, 최상의 인격에는 이를 수 없다.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욕·공명심 등 갖고자 하는 이는 최상의 행복과 최고의 인격자는 될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최고의 인격을 기대한다. 봉사하고 베풀고자 하는 마음보다 선거 당선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정치인에게 최고의 인격을 기대하는 우리가 너무 큰 욕심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소유가 최상의 인격과 행복을 소유하는 길이다. 행복을 소유에 있지 않고 버림에 있다.

인격적인 사람에게는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를 배우고 인고와 내 것을 베푸는 절제와 남에게 수순하는 수행이 있은 후에야 인격의 향기가 난다. '행복이다, 자유다'라고 하는 것은 인격에서 열리는 열매다. 우리의 마음이 물 같이 맑아야 참된 인격을 얻고 그 인격이라야 참되게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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