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石蒜)
꽃무릇(石蒜)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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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열심히 불도를 닦는 젊은 스님이 계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리따운 여인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절을 찾았다가 갑자가 비가 쏟아지자 오도 가도 못하고 큰 나무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스님이 바깥에 나왔다가 비에 젖어 있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비는 그치고 여인은 가버렸지만 젊은 스님의 가슴에는 애틋한 그리움만 남았다. 잊으려고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드디어 스님은 시름시름 앓더니 며칠 못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 노스님께서 불쌍히 여겨 그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줬는데 그 무덤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풀이 자라더니 가을이 되자 붉은 피 색깔의 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여인을 그리워하다가 피를 토하고 죽은 스님의 넋이 상사화(相思花)가 됐다고 여겼다. 그래서 꽃말도 '슬픈 추억'이다.

상사병에 걸린 꽃이라고 해서 딸이 있는 여염집에서는 키우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젊은 스님의 넋을 위로라도 하듯 사찰 주변에서 많이 자란다. 그러나 기실은 꽃무릇의 뿌리에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서 물감에 섞으면 좀처럼 좀이 슬지 않기 때문이다.

꽃무릇은 상사화의 특징인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다. 그러나 꽃무릇과 상사화와는 같은 종이 아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것은 같지만 꽃모양과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상사화는 칠월 칠석 전후로 피는 여름꽃이고, 꽃무릇은 백로 무렵부터 꽃이 피어 9월이면 절정을 이루눈 가을꽃이다. 색깔도 상사화는 연한 자색에 가깝다면 꽃무릇은 붉은 색이다.

이파리가 없이 꽃대만 있을 때 그 모습이 마치 마늘쫑 같다고 해서 석산(石蒜·돌마늘)이라고도 부르며 비늘줄기는 한약재로도 쓰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군락지는 함평 용천사·영광 불갑사·고창 선운사이며, 함평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그리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꽃무릇 큰잔치를 여는데 지순한 연정, 그리움과 사랑의 정서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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