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홍 칼럼위원

이수홍 바른이치과 원장
이수홍 바른이치과 원장

"교정 한다고 생니를 꼭 빼야 한다고요?"

치열이 불규칙한 덧니나 입매가 튀어나와 보이는 돌출입으로 인해 치아 교정 치료를 위해 본원에 내원하는 분들께서 흔히 보이는 반응 중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에 '비발치(非拔齒)' 교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치과가 많아지면서 모든 치아교정 치료가 이를 빼지 않고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치아를 가지런히 배열할 공간이 충분하고 돌출된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비발치로 교정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의사의 잘못된 진단으로 비발치로 치료해야 하는 증례를 섣불리 발치를 해서 교정 치료를 진행한다면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니가 지나치게 뒤로 쓰러져 '옥니'가 되거나 이를 뺀 공간이 완전히 닫히지 않기도 하고 심할 경우 치아 뿌리가 짧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입매가 합죽하게 변해 나이 들어 보이는 인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교정 치료를 위해 본원에 내원하시는 분들 중 이런 분들을 마주하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역교정 치료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이를 뺀 공간을 다시 만들어서 임플란트 보철을 시행해야 원상태로 복구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를 꼭 뽑아야 하는 경우에 안 뽑고 교정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됩니다. 이를 꼭 뽑아야 하는 경우는 치아들이 많이 겹쳐 있어 모든 치아를 가지런히 배열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거나, 이는 비교적 가지런하지만 앞으로 뻐드러져서 배열된 경우 입니다.

현대인들은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火食)을 하기 때문에 턱뼈의 크기가 작아져 원시인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모든 영구치들을 다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한국인의 경우 상당히 많은 분들이 발치 교정의 증례에 속합니다.

이런 경우에 무리하게 비발치로 치아교정을 하면 앞니가 뻐드러져 입이 나와 보이는 상태로 치료가 마무리 되거나 치아와 잇몸 건강에 나쁜 영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교정 치료 시 이를 뺄 때는 비교적 하는 일이 적은 작은 어금니(소구치)를 빼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심미나 기능면에서 중요한 큰 앞니·작은 앞니·송곳니·큰 어금니를 빼는 경우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보다 신중히 결정합니다.

최근 교정치료 기술이 향상되어 많은 경우 발치 없이 교정치료가 가능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무분별한 비발치 교정 만이 능사일 수는 없습니다. 교정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치과의사들은 치아를 한번 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 신중히 분석하여 발치 여부를 확정 짓습니다.

교정 의사가 치아 교정 치료를 위해 발치를 권유할 때는 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숙고를 통해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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