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여객 노조 25일부터 '준법운행'으로 시위
"시민들에게 불편함 초래… 죄송하지만 이해해달라"

노동자들의 편히 쉴 공간도 없는 근로환경에서 과중업무·난폭운전으로 고충이 심했던 삼화여객 버스 노동자들이 '준법운행' 시위를 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삼화여객 노조원들이 그동안의 사업자·거제시와 협상을 하려 무수히 시도했으나 변한 건 없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노동자들의 편히 쉴 공간도 없는 근로환경에서 과중업무·난폭운전으로 고충이 심했던 삼화여객 버스 노동자들이 '준법운행' 시위를 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삼화여객 노조원들이 그동안의 사업자·거제시와 협상을 하려 무수히 시도했으나 변한 건 없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복지가 없어) 복지도 모르고 일만 했습니다"

편히 쉴 공간 하나 없고 사고유발요소들밖에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격분한 삼화여객 소속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삼화여객 노동조합 거제시지부(지부장 박일호·이하 삼화여객노조)가 '준법운행' 시위를 예고했다.

그동안 삼화여객 근로자들은 사업자 측이 지정해놓은 무리한 출발도착 시간제한으로 난폭운전·과속·신호위반 등 불법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출발·도착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아 임금이 깎이거나 몇 안 되는 쉬는 시간까지 뺏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현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능포동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승용차로도 25분 걸리는데 버스 출발·도착을 35분~40분에 해야만 했다. 출발·도착 책정부터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삼화여객 노조원들은 일부 순환버스만 한정해서 난폭운전·과속·신호위반 등이 없는 '준법운행'으로 열악한 상황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삼화여객노조가 '준법운행' 시위까지 오게된데는 지난 4월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한 사측인 삼화여객과의 개별교섭이 무산됐고 지난 7월14일(본지 보도 7월17일자 11면 '일방통행 된 버스노조 간담회') 시의회 회의실에서 시 실무자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거제시도, 사측도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8일 서일준 부시장과의 면담에서조차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물리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삼화여객노조 측에 따르면 권민호 시장과의 면담을 2개월 전에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시위에 앞서 삼화여객노조는 지난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버스운전노동자들의 실상을 밝히며 대책 없는 거제시와 버스업체의 방임행태를 고발했다. 박일호 지부장은 "간담회 처리결과라고 거제시에서 보냈는데 성에 차지도 않는, 이런 답변이나 받자고 간담회를 가진 게 아니다"면서 "거제시의 교통행정이 얼마나 잘못되고 있는지를 이제는 직접 보여줘야겠다"고 말했다.

삼화여객노조는 지난 2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고현동 순환버스인 100·101·110번에 한정해 준법운행으로 시위를 선보이고 오전 9시마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청입구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삼화여객노조는 준법운행 시위가 진행될 고현·수양·장평동에 '고현동 순환버스 준법운행'이라는 현수막을 게시해 시민들에게 양해를 미리 구했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전 차량에 '준법은행' 스티커를 부착해 시민들에게 현 실태를 알릴 계획이다.

삼화여객노조는 시위 사실을 알리면서 8시간 휴무근로 조속 시행, 고현터미널 버스 주차공간 확보, 거제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등도 함께 촉구했다. 박 지부장은 "우리의 근로시간에는 휴식시간은 포함돼 있지도 않다"며 "버스 시동을 켜고 껐을 때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돼 하루에 11시간 이상은 버스에만 있다"고 말했다.

또 "고현터미널은 승차장이지 하차장 역할은 할 수가 없는데 한꺼번에 버스가 몰려올 경우 터미널에 버스와 사람이 뒤엉켜 위험한 상황이 자주 노출된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우리 노조원들의 복지가 있어야 시민들도 그만큼 안전하다. 최소한의 복지는 해줘야 될 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삼화여객 노조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시민들도 불편하겠지만 감수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청아(31·고현동)씨는 "기사들이 본인 이권 때문에 무작정 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복지조차도 받지 못하는 실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건데 존중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영현(34·고현동)씨는 "가끔 무법자 같은 버스기사들 때문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그게 다 사정이 있었다니 안타깝다"며 "버스터미널의 승하차장 문제는 거제시민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기 때문에 시에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준법운행' 시위에는 또 다른 버스업체인 세일교통은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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