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객석 가득 차 흥행 성공…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상생 필요

 

2017 거제맥주축제가 장승포항을 흥겨움으로 덮었다. 올해 처음 열린 2017 거제맥주축제가 지난 20일부터 5일간 장승포 수변공원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공간으로 꾸며졌다. 첫날부터 1500여 객석이 모두 채워졌고 시민이 참여하는 댄스 대회와 맥주 빨리 마시기 경연 등이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입장료 1만원을 내고 맥주를 마음껏 마시면서 공연도 즐기는 맥주축제는 대구, 부산 등에서는 이미 인기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직장 동료끼리 또는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과 함께 나왔다는 김학권(34·장승포동)씨는 "개장 35분 전에 왔는데 이렇게 기다릴 줄 몰랐다. 오늘 맥주 10잔을 마시고 가겠다"고 환호했다.

축제 장소를 찾은 시민들은 가수들의 공연을 보며 자연스럽게 일어서거나 무대 앞으로 나와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 소개로 만났다는 정은애(40·능포동), 로빈 니만(31·스웨덴) 예비 부부는 "이곳은 우리가 자주 데이트한 장소인데 오늘 사람들로 붐비니까 느낌이 색다르다"며 "열린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여니까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1만원 내면 병맥주 무한 제공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펼쳐진 이번 축제는 입장권을 구매하면 하이트 병맥주가 무제한 제공됐다. 안주는 10여 개의 부스에서 취향대로 구입해 즐기면 된다. 안주 부스는 먹음직(돼지목살구이) 인어아가씨(즉석가문어버터구이) 비바체(피자) 쉬림프박스(새우) 닭강정(닭강정)로드키친(스테이크)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축제 첫날 시민들과 함께 맥주를 마신 권민호 시장은 "오늘 하루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번 축제가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배사 '거제가 최고다'를 외쳤다.

권 시장은 "자연과 역사 소재의 축제는 거제에 있었지만 이러한 형태의 축제는 없었다. 아름다운 거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맥주 축제가 발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첫 시도…부족한 점도 존재

거제맥주축제가 한 잔의 맥주로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을 열었지만 첫 시도인 만큼 부족한 점도 있었다. 옛 장승포 연안여객터미널과 장승포유람선 주차장 등에 마련한 주차장의 경우 혼잡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문제는 시민의 동선을 고려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연안여객터미널에 주차한 시민들이 행사장 쪽으로 걸어갔다가 행사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여기는 입구가 아니니 다른 쪽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듣게 됐다. 그러면 왔던 걸음을 한참 되돌아가 주차장 출입구로 나온 다음에 행사장 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입구를 찾아가야 했다.

화장실은 유람선터미널과 장승포동주민센터를 마련했지만 주최 측이 추가로 준비한 간이화장실은 없었다. 시민들은 1500명 객석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하고 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맥주는 생맥주가 아니라 병맥주이고 한 종류 브랜드만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았다. 무제한 제공이라지만 부스 2곳에서만 나눠줘 한 잔을 마시고 나서 또 마시려면 30분씩 기다려야 했다. 다량의 맥주를 보관하는 냉장시설이 없어 차갑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안주는 종류가 많지만 양에 비해서 가격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된 가운데 쉬림프박스·오다리·먹태 등이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받아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카드결제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쇼단장 싸이버거와 섹시디제이 라라 등이 출연한 공연은 흥겨웠지만 이른바 '관광버스 춤' 분위기여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질 높은 공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민 권유정씨는 "직업상 다른 축제를 많이 가보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5명이서 먹었는데 15만원이 나와 밖에서 먹는 것보다 비싸다"며 "주최 측이 시에서 지원한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썼는지 의문이다. 행사장에 다수 투입된 거제시 공무원들의 노고가 빛을 바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상인과 윈-윈전략 필요

거제맥주축제는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성황리에 마쳤지만 그 모습을 쓰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장승포동 인근의 상인들은 지역민들과의 대화가 충분치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맥주축제의 흥이 가라앉지 않거나 미처 축제장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이 인근의 가게로 들어가면서 자리를 꽉 채운 가게도 있는 반면 축제 속의 빈곤을 맛본 가게도 있다.

거제외식업지부 관계자는 "하루에서 수십 차례 항의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거제시가 맥주축제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이 축제 속의 빈곤에서도 단비를 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했더라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장승포수변공원 주변에 위치한 가게주인들도 얼굴이 엇갈린 것 역시 맥주축제와의 접근성이 좋은 곳은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볐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도 골목은 한산했다.

능포동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A씨(45)는 "외부 음식이 들어가지 못하다 보니 축제 기간이었던 수~금요일까지 평소보다 치킨 배달 횟수가 감소한 건 사실이다"며 "축제장과 겹치지 않는 음식점의 요리는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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