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구점과 부호를 사용할 것

과거 동양의 문자는 구점과 부호를 그처럼 중요시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말의 고저, 청탁과 글의 구점부호는 어느 종류의 문자에라도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같은 말이 그의 고저에 따라 다른 의미를 표시할 뿐 아니라 구점과 부호는 항상 문자만으로 표시할 수 없는 곳-글의 부족한 곳을 보충하여 준다.

예를 들어 말하면
(가) 어대로 가나! 어대로 가나?
(나) 맹자, 맹자가 다른 의미를 표시하고
(가) 산에 가자! 물에 가자 ! 그리고 또 어대로!
(나) 땡-땡-땡- 시계는 석점을 친다, 같은 것은 모두 문자만으로 표시하기 힘든 곳을 부호의 힘을 빌려 쓴 것이다.

나는 아래의 우리문학의 구점과 부호로 내가 생각에 대하여 일일이 말하려 한다.
(가) <.> 한글귀가 완전히 마칠 때.
예, 끓는 국에 맛 모른다.
(나) <,> 같은 값으로 쓰이는 둘 이상의 낱말 또는 글귀를 나눌 때
예, 우리말의 갈래를 임, 엄, 움, 것, 잇, 맺, 언, 억, 늑… 아홉에 나누나니라.
(다) <?> 물음을 표시할 때
예 네 담이 아니면 내 소뿔이 부러졌겠느냐?
(라) <!> 감탄이나 명령을 표시할 때
예 (ㄱ) 암! 그렇고 말고! (ㄴ) 빚 보증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
(마) <…>
(ㄱ) 글자나 또는 글귀를 쭉 이을 때.
예 가을, 검, 온, 즘… 같은 것은 우리의 옛말이니라.
(ㄴ)의미가 다 마치지 아니할 때.
예 그래! 네가 힘만 쓰면…
(바) <『』> 직접의 회담을 표시할 때.
예 그는 대답하였다 『어젯밤에 좀 늦게 자서…』라고.
(사) <「」> 인용한 말이나 글을 표시할 때
예 「서양에 로마는 하루에 된 것이 아니다」는 속담이 있다.

5.글을 위해 글을 쓰지 말 것

문학에는 수사가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나 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그의 내용여하에 있다.
그의 내부에 사상 감정의 충분한 내용이 있기 전에 외부의 교묘는 모두 허식에 불과한 것이다.

시상이 없는 시, 인정과 사회를 그리지 못한 소설과 극본, 재료가 불충분한 산문, 이 모든 것은 그의 수사가 어떻게 묘하고 그 체제가 어떻게 아름답더라도 역시 생명없는 우상문학에 지나지 못한다.

우리는 결코 오락적 태도로 시를 쓰고 소설을 지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창설자가 자기의 교리를 민중에게 설교할 때와 같은 열성-음악의 작곡자가 자기의 걸작을 일반에게 연주할 때와 같은 심리로 붓을 들어야한다.

자기가 울지 아니하고 쓴 글은 남을 울리지 못하고 자기의 중심에서 우러나오지 아니한 말은 남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공명의 출사표와 월사의 변무소가 읽는 사람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것은 결코 그리 수사가 묘하여 그러함이 아니오.

그네들 자신이 맘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 글을 쓴 까닭이다.
말하자면 문학이란 결코 오락이 아니다. 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그의 내용여하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심심소일거리로 시나 소설을 지어서는 아니되는 동시에 내부에 충분한 내용-사상, 감-이 없는 작품을 내어서는 아니된다.
감정, 사상으로 금할 수 없는 내부의 감동을 받을 때만 붓을 잡아야 한다.

우리의 문학이 과거의 오락문학에서 장래의 생명문학으로 진화하기까지에는 이-「글을 위하여 글을 쓰지 아니하고 오직 사상 감정으로 금할 수 없는 창작의 감동을 받을 때에만 붓을 잡는다」는 주의가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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