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7]거제미래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정치

거제신문이 창간 29년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지역에서 중심이 되는 언론으로 언제나 거제시민과 희노애락을 함께할 것이다. 30여년의 세월 동안 거제신문은 지역사회 공기(公器)이자 등불이 되고자 했다. 이에 본지는 시민과 함께 한 지난 시간을 교훈삼아 다가올 거제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할 지를 특집으로 각 분야별 7주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거제정치의 현실은 역대 민선시장들이 모두 권력형 비리로 구속 수감된 사실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보다 공천권자를 바라보는 시의원은 행정을 견제하지 못하고, 상당수 공무원은 업무 파악보다 시장의 의중만을 살핀다.

민간이 거머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정보 공개가 부족하고, 측근정치·밀실정치로 오해와 의혹을 불러일으키다가 결국 폭로와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것이 거제정치의 민낯이다. 거제정치에 지역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윤리위원회와 시민참여감시단이 필요한 이유다.

시의회에 시민참여 감시단 필요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기초자치단체 시·군의원을 정당공천하는데서 오는 폐해가 너무나 크다.

임승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당에 충성하는 사람이 공천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한다. 공천 받으려면 '공천헌금' 얼마를 내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국회에서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또는 지역위원장 의중에 따라 공천하면 기초의원이 거수기 노릇을 피하기 어렵다.

시의회가 견제기능을 잃고 공부하지 않으면 시 행정공무원도 공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수의 의원만 하고 있는 의정보고회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다.

당장 공천제를 폐지하기 어렵다면 시의회에 시민참여감시단을 만들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신문이 바른언론지역연대를 만들어서 관련 전문가를 위촉해 자정 노력을 하듯이 시의회가 예산만 편성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시의회의 독립성 확보는 결국 시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소망하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참여할 때 가능하다. 진보와 보수를 의식하지 않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보고 시민에게 검증받는 모델을 만들 때다.

거제정치 윤리위원회 만들어야

지역정치가 올바른 판단력을 잃은 채로 공전하는 이른바 중우정치로 치달으면 행정은 측근정치·밀실정치로 가기 쉽다.

도시계획이 장기적인 사회적 합의없이 이권과 특혜가 돼 민간개발업자에게 넘어가면 공무원은 민간사업자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므로 정책수립과 운용의 폭이 좁아진다.

군부대 이전, 해양쓰레기처리장, 케이블카, 수양지구도시개발사업, 버스터미널 이전, 화물자동차 차고지, 300만원대 아파트 등 시가 직접 재정사업으로 해야 하는 각종 사업들이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게 하면 충분한 문화·복지시설을 담아낼 수 없고 절음발이식으로 추진돼 진정한 시민의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일단 졸속으로 추진하고 나중에 문제가 터지는 일을 막으려면 특별 조례를 통해 나중에라도 시장이 책임지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시의회가 의결해줘서 했다며 사업승인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제시를 비롯한 몇몇 시·군이 시민감독관제도를 도입했지만 명예직의 성격이 강하고 이·통장 또는 어촌계 중심이라서 시민은 소외된다. 시민감독관에 대한 보수 지급 근거가 있는데도 시 재정부족을 이유로 무보수로 하고 있어 책임감이 떨어진다.

거제가 여러 매립지를 조성했지만 필요한 공공시설을 확충하지 않고 수변공간이 부실해 시민불편과 수해에 취약한 문제점이 되풀이돼 왔다. 매립높이를 1m만 낮춰서 설계변경을 눈감아주면 수백억원의 공사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지역언론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집단이 머리를 맞대는 거제정치 전체 윤리위원회를 만들어야하는 이유다.

거제정치윤리위원회가 세워지면 각종 개발사업의 구상 단계에서부터 정보가 공개돼 억측과 오해를 낳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폐쇄된 논의구조가 많았고 민간 개발사업은 더 그랬다. 행정이 어떻게든 시의회와 언론에 정보 제공을 안 하려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사회와 협치를 통한 당당한 행정이 요구된다.

거제정치윤리위원회는 시장 입맛대로 이뤄지는 인사 관행도 조율할 수 있다. 시민의 감시가 없으면 공무원은 시민이 아니라 단체장을 섬기고 그러한 공무원이 승진하는 적폐가 생겨난다.

앞으로는 시장의 코드인사, 특히 국장급이 은퇴 전 명예직으로 짧은 기간 근무하고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장은 실무진이 할 수 없는 기획을 하고 부서간 조율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이를 6개월 국장이 할 수는 없다.

국세·지방세 비율조정 시급

장기적으로는 세원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가져가고 지방세는 조금 주는 구조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중앙정부 예산지원을 받으려고 매달려야 한다면 풀뿌리 지방자치의 정착은 요원하다.

지금처럼 지방재정이 열악하면, 소방인력과 시설을 확충할 수 없고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할 수 없으며,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투자가 불가능하다. 지방세원의 정상화는 국세의 비율조정이 필수적이다. 거제시와 시민사회는 다른 지자체와 연대해 분권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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