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 물폭탄으로 거제전역 잠기고 무너지고 막히고

거제시 지난 15일 17시 기준…피해액 21억5223만원 집계, 공공시설만 19억2273만원
16일~17일 태풍 '탈림' 규모에 거제시 집중…기상청 17일 거제시 태풍예비특보 발표

지난 11일 거제지역 일일 강수량 308㎜. 기상청에서는 100㎜ 내외를 예상했지만 강수량이 그 3배를 넘기면서 지역 곳곳에서 피해를 입었다. 새벽 5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호우경보가 발효되면서 시간당 최대 84㎜까지 기록했다. 기상청은 11일 오후 12시30분께 호우경보를 해제했다.

9월 일일강수량으로는 1971년 거제기상관측소가 생긴 이후 최대 양이다. 거제지역의 역대 일일 강수량은 1999년 7월29일 387.5㎜, 1991년 8월23일 341.2㎜로 지난 11일이 역대 3위로 기록됐다.

시 안전총괄과에 따르면 지난 11일 호우피해로 지난 15일 기준 21억5223만원의 피해액이 집계됐다. 사면 유실·도로 파손 등 공공시설은 총 91건이 피해로 접수됐고 주택 침수 등 사유시설에는 141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일운면 최대 강수량 350㎜ 회진마을 주택 침수

이번 폭우로 상습침수구역은 또 다시 침수가 돼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주택·관광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운면은 최대 강수량 350㎜까지 기록하면서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해 9월16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일운면 회진마을은 이번 폭우가 더 악몽이었다. 지세포 앞바다와 인접한 회진마을은 폭우가 내리면 매년 상습적으로 침수된다.

상습침수지역을 해결하기 위해 거제시는 2013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고현천 정비사업과 우수저류시설인 배수펌프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강수량이 적을 때는 효과를 봤지만 집중호우가 내리면 여지없이 잠겼다. 지난 11일에도 마찬가지다.

물때가 만조도 아니었고 기상청에도 비 예보를 70~100㎜라고 해서 안심했지만 아침 7시부터 불기 시작한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회진마을 주민은 "물이 집안으로 들어온 것은 삽시간인데 도와주는 건 마을 주민들뿐이었다"며 "옷가지며 집에 있는 기기들 아무 것도 못 쓰게 됐는데 추석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며 망연자실했다.

예상 강수량을 틀린 기상청도 1차적 문제지만 폭우가 내릴 때 거제시에서 마을회관이나 이장에 알려 대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했으면 가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회진마을 주민은 "지난 6월에 시의원들이 주택공사장을 방문해서 우수대책을 세우라고 분명히 했으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건지 어쩜 이렇게 안일할 수가 있는가"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일운면 같은 경우 산 등지에서 주택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라 이전에는 나무들이 물길을 일부 잡아줬는데 나무들이 다 사라지면서 막힐 것 없이 그대로 내려와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특히 공사장의 토사와 돌들이 관로들을 막으면서 더 많은 물들이 아랫마을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일운면 주택건설 공사장에 나온 공무원 역시 "산 주변의 주택건설 공사의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면유실 및 산사태만 31곳…더 늘어날 수도

이번 집중호우로 거제시 안전총괄과는 사면 유실 및 산사태만 31곳 발생했다.

거제시에서 재해위험지구사업으로 추진한 두모사거리~대우조선해양동문 사면은 재해위험지구사업에서 제외된 부분에서 사면이 유실돼 2차선 도로가 하루가 지난 12일까지 통제됐다.

개통한지 1년도 채 안 된 일운터널은 터널 주변의 산지에서 사면이 유실되면서 11일 오후 내내 통제됐다. 일운면 망치마을 인근의 국도14호선 부근에는 도로 한 차선이 완전히 붕괴돼 도로에 매설된 케이블 선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대부분의 유실된 사면 주변에는 공사 인부와 공무원들이 배치돼 교통지도에 나섰지만 동부면~일운면 일부 도로에는 사면이 유실돼 한쪽 차선이 다 막혔음에도 교통지도를 하는 공무원이 없어 차량 간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도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15일까지도 집계되지 않은 일부 구간도 있을 수 있어 피해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시 배수시설 시간당 30~40㎜ 수용 가능

일운면 회진마을뿐 아니라 서희스타힐스 앞 사거리, 옥포동 수변공원 주변 등 상습침수구역은 다 침수됐다. 시 안전총괄과는 지역의 배수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시간당 30~40㎜로 설계돼 있는데 그 부분을 초과해 침수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고현동 주민 박경민(54)씨는 "일부 상습침수구역만이라도 배수시설 용량을 늘리던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일운면은 배수펌프장을 설치했는데도 침수됐는데 고현항 재개발사업에 위치하는 배수펌프장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장부석(55·고현동)씨는 "재난안전대책은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하는 것이다"며 "예산이 지금 당장에는 부담스럽다 할지라도 매년 똑같은 피해로 보상금을 주는 것보다 공사비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상습침수구역 해결방안은

거제시민들은 이번 폭우 피해가 기상청의 빗나간 예측으로 대비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지 부근의 공사가 피해를 더 키웠다고 말한다.

행정타운 정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옥포2동 인근 국도14호선 대로에는 산지에서 내려온 물과 폭우가 겹쳐 연초면에서 옥포동 방향 2차선 도로에 물이 고여 지나갈 수가 없게 됐다. 공사장에서 내려온 모래와 자갈은 인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갔다.

일운면 소동마을 역시 마을 뒤편의 주택공사에서 내려온 흙과 자갈들이 집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이에 대해 시 안전총괄과 최동일 과장은 "안전총괄과에서 사회·자연 재난 대책에 마련을 한다 할지라도 당초 공사현장에 문제가 있었던 거라면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안전총괄과뿐 아니라 사업허가를 내준 도시계획과부터 도로과·상하수도과·건축과 등 관련부서와 전반적인 대책 및 사업허가에서부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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