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내가 마련한 거제면 시골 오두막에서 보면 산달도가 호수 같은 바다 건너에 있다. 산봉우리가 3개인데 거기에 달이 뜬다고 산달이라 했다하니 달이 뜨지 않는 산봉우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만, 그래도 그 소박함에 점수를 주고 싶다.

닭을 몇 마리 키우다가 문득 아랫 동네에서 진돗개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다는 말을 듣고 한 마리 얻어 와서 키우기 시작했다. 산달도가 코앞에 보이는 데서 나서 살고 있으니 '산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렇게 개를 키우기로 한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30대 초반에 한창 영어에 열을 올리던 당시 호주 사람 데이빗과 같이 설악산 등산을 갔는데 눈이 무릎까지 왔었고 그가 잠깐 혼자 다른 길에 다녀와서는 인삼 냄새를 맡았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도서관에서 자료를 검색해보니 과연 설악산은 산삼이 나는 곳이요 그가 잠깐 다녀온 응달은 자생할 만한 장소였다.

사람이 산삼 냄새를 맡았다면 그보다 500배 후각이 뛰어나다는 개를 이용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 나중에 이탈리아에서 어떤 특별히 귀하고 찾기 어려운 버섯을 개를 이용해 찾아낸다는 기사를 보게 되면서 나의 '산삼 개' 계획은 보다 힘을 얻었다.

그러나 한편 달리 생각하면 산삼이란 영물이라서 심마니들이 온갖 정성을 다해 신성한 의식처럼 찾는다고 하니 개를 산삼과 결부시키는 것이 꺼림칙했다.

그런데 이 산달이를 데리고 와서는 나의 시간과 의지가 부족하다보니 훈련은 엄두도 못 내고 다만 먹을 것을 줄 때 '앉아'라고 하는 말을 놈이 겨우 따를 정도이다. 놈(사실은 암컷)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얼마나 대단한지 강아지 때부터 그물과 철망 등으로 가뒀고 매번 시설을 더 튼튼하게 보강했지만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고 탈출한 횟수가 거의 30에 이른다.

같이 돌보는 형이 '빠삐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진돗개는 세계적으로도 야생성이 뛰어나서 가르치지 않아도 짐승을 공격한다고 한다. 산달이도 자기 몸집만한 고라니를 물어오기도 했다.

하도 탈출을 잘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 크기에 한동안 그냥 풀어뒀더니 온 산으로 들로, 동네로 뛰어다니다 들어온다. 그러니 이제 진드기라는 놈이 붙어서 기승을 부리고 동네 사람들이 무서워서 항의를 한다. 그리고 드디어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잡종 개와 붙어서는 임신을 했고 새끼를 6마리나 낳았다.

진돗개 순종이라고 인터넷에 올려 강아지들을 모두 처분하기에는 성공했지만…(분양받은 분들께는 이 기회를 빌려 용서를 구함) 할 수 없이 튼튼한 철망으로 집을 짓고 쇠로 된 목줄을 걸었다. 안에서는 용변을 보지 않고 운동이 필요하기에 또한 나의 운동을 겸해서 때때로 데리고 나가서 동네와 주변 바닷가를 산책한다.

내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온몸으로 팔짝 팔짝 뛰며 반겨준다. 이 세상에 나를 저렇게 순수하게 반겨주는 동물이(인간을 포함해) 또 있을까?

이런 온갖 고난과 어려움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감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근하고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기다리던 개와 춤을 췄다고 하는 일화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은 자원이나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훌륭한 사람임을 믿기에 그러한 순수한 사랑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감싸주는 따뜻한 정책을 펼쳐나가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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