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희망센터에는 정서치유 프로그램 없어…'정서적 아픔 질병' 인식 필요

▲ 거제시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자살예방 프로그램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거제지역에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신건강 증진센터 독립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거제지역은 조선산업 불황으로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제경찰서와 거제시보건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률 공식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잠정 추계 결과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자살 사건이 크게 늘었다. 없는 날보다 있는 날이 더 많다. 수사 업무에 부담이 될 정도"라고 털어놨다.

양대 조선소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올해 초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 등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우조선해양 작업장에서는 건조중인 배 구조물 안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1년 전 결혼한 삼성중공업 직원이 2달 된 아기를 놔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처럼 거제지역의 자살 문제가 심각성을 띄는 가운데 죽음 직전에 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노력이 요구된다.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와 상담기관을 통한 상담이 중요하지만 거제에는 독립적인 정신건강 증진센터가 없는 실정이다. 조선 퇴직자의 구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조선업희망센터 등에 있지만 정작 정서적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 거제시보건소의 한 부서 형태로 운영되는 정신건강 증진센터는 정규직 공무원 1명에 비정규직 직원 4명, 상담간호사 1명으로 운영돼 업무가 과중하다. 의사는 상근 인력이 없고 일주일에 2번 보건소에 방문해 상담한다.

인력과 예산 부족 상태에 있는 거제시 정신건강 증진센터는 이미 등록된 정신질환자 현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상담 신청이 들어오면 응대하고 있는 정도다. 상담 전화번호는 전국 공통 1577-0199로 0세부터 99세까지 생각한다는 뜻이지만 정작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도 거제는 최근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연령대의 상담자가 많이 늘어났다. 낮에는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고 오후 6시 이후는 경남센터에서 받아서 다음날 넘겨준다. 위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면 경찰 또는 소방 인력과 함께 출동한다.

보건업계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관리되는 사람들은 사실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내고 보호하려면 장기적으로 민간에 위탁해 조직과 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예산이 나온다고 해도 거제지역 대학 등에서 민간위탁할 능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가 정서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자살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주문한다.

거제지역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는 "서구 선진국은 자신의 정서적 아픔을 인식하고 말하는데 우리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속이고 화병이 된다. 정서적 아픔이 가슴이나 배 등 육체적 아픔으로 전이돼야 병원에 온다"며 "자기가 아프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하듯 정서가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제시가 시민자치대학을 할 때 자살 방지강좌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거제시보건소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 방지 교육은 주변인의 자살 징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진주 같은 곳은 관련 강좌가 많지만 거제는 그렇지 않으므로 거제시가 하는 특강에 관련 전문가를 꼭 넣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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