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할 곳 없어 주택가 불법·주정차
건물주변 높은 지가로 땅 매입 어려워
일단 짓고 보자는 뒷북행정이 문제

▲ 시립도서관과 함께 복합청사로 지어진 면사무소 및 주민센터는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 통학차량이 주차할 곳이 없어 차로 위에 정차한 뒤 어린이를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립도서관과 함께 복합청사로 지어진 주민센터들이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어 계획 단계에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제에는 시립도서관이 하청면, 수양·장승포·옥포2·장평동에 있다. 이중에 장승포만 도서관이 따로 있고 하청면, 수양·장평동은 복합청사로 돼있다. 옥포도서관은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다.

하청면, 수양·장평동 등 복합청사로 지어진 곳은 언제나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된다. 수양동 주민센터의 경우 도서관과 어린이집이 함께 있는데 주차장은 45면만 만들어 직원들조차 주차가 어려운 실정이다.

농업진흥지역 가운데에 위치한 수양동 주민센터는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워 자가용을 타고 오는 직원과 시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양동 주민센터 주변 길과 민가 앞에까지 차량이 항상 늘어서 있다.

최근 완공한 하청면 사무소는 건물 앞 주차장이 6면에 불과하다. 그래서 건물 주변에 주차하도록 하고 있는데 다 합쳐도 25면 정도에 그친다. 도심지역 복합청사보다 방문자가 적다고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이다.

장평동 복합청사는 주차난이 한계에 이르자 비상대책을 세우고 도서관 이용객 등록제를 도입했다. 주변 원룸 세입자들이 몰래주차를 하면 3번 정도 기회를 주고 스티커를 부착한다. 도서관 이용객이 장시간 차를 주차하면 휴대전화 단문메시지를 보내고 등록을 하라고 알려준다. 현재 도서관 등록 차량 명단 숫자가 직원들까지 포함해 65명이다.

복합청사마다 적어도 10개 이상의 주민대상 강좌를 운영하므로 차를 댈 곳이 없다는 민원과, 내 집 앞에 차를 대지 않도록 단속해달라는 상반된 민원이 항상 들어온다. 여기에다가 조선산업 불황으로 실직한 구직자들이 도서관에 공부하러 오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차난을 해결하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좁은 땅에 복합청사를 지어버렸기에 새로 주차장 부지를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수양동의 경우 복층 주차장을 지어 100면 이상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 복층 주차장이 효과를 보려면 기존 부지가 충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뒤늦게 부지를 확보하려니 복합청사 개발 등으로 땅값이 올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수양동보다 지가가 낮은 하청면조차 감정평가 결과 10억에 가까운 사업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주차장을 더 만들기 어렵기에 우선적으로 장시간 주차를 줄이고 외부인의 '몰래주차'를 막는 유료주차 시스템도 검토됐다. 그렇지만 차단기 시스템 구축에 예산 8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다가 구축 후 운영을 위한 인건비가 필요해 이마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일단 복합청사부터 세우고 보자는 성급한 행정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청면 사무소의 총 사업비는 62억5000만원이었고 공사 중에 임시로 쓰는 청사를 마련하는데 추가로 2억3400만원이 들어갔다.

하청면 사무소보다 도심에 가까운 수양동 복합청사 사업비는 107억원이었다. 이렇게 큰돈을 들이고도 정작 주차장 확보는 뒷전이었다. 이처럼 복합청사 주차장 문제는 일단 짓고 본 다음에 나중에 주차대책을 고민하는 '뒷북행정'의 표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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