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바다 '갈치풍년'…장승포항 어판장

물외(物外)예 조흔 일이
어부생애(漁父生涯) 아니러냐
어옹(漁翁)을 욷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사시흥(四時興)이 한가지나
츄강(秋江)이 읃듬이라

속세에 벗어나서 깨끗한 일이
어부의 생활 아니더냐.
늙은 어부를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려져 있더라.
사철의 흥취가 똑같으나
가을철 강이 으뜸이라
      - 윤선도 어부사시사 추사1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추사 편 첫 수는 속세에서 벗어나 가을 청취를 흠뻑 적시는 시적 화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거제에서 가을 바다의 청취를 적셔주는 9월의 장승포항을 찾았다.

항으로 밀려오는 배들. 배에서 막 잡은 생선을 실어 나르는 어부들. 몇 번이고 옆에 놓인 생선과 크기·빛깔을 비교하는 도매상들. 오직 숫자로만 얘기하는 경매사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다 똑같은 거 같은데 한 마리는 조금 더 길어서 4000원, 또 다른 건 손상을 입어서 2000원.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갈치는 '모양은 긴 칼과 같고 큰 놈은 8~9자이다. 이빨은 단단하고 빽빽하다. 맛이 달고 물리면 독이 있다. 이른바 꽁치 종류이나 몸은 약간 납작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어보의 갈치처럼 2m가 넘는 갈치는 보이지 않아도 1m 길이에 살이 맛스럽게 오른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수온에 최근 갈치어장이 활황을 띄지만 수온이 18℃ 이하로 내려가면 금세 줄어드는 갈치라 어민들의 걱정도 많다.

하지만 최근들어 거제바다에서 '갈치가 풍년'이라 어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가뜩이나 힘들다는 거제조선 경기이지만 오손도손 모여 앉은 가족밥상에 갈치 한 마리 구어놓고 따뜻함과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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