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사람 정체성 회복해야 문화자산 쌓을 수 있어
거제사람 정체성 회복해야 문화자산 쌓을 수 있어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7.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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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6]거제미래를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문화

거제는 변방이지만 변방이기에 역사적으로 외부와의 문화적 접촉지점이었다. 조선통신사가 출발하는 한일관계사의 중심이었고, 청 왕조의 문화가 거제를 거쳐 일본까지 흘러들어갔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과 한반도 동남부 주변 해류의 움직임에 따라 일본으로 가는 출발점이 거제의 역할이었다.

거제와 달리 대마도는 일찍부터 한일관계사의 중간기착지임을 인식하고 관련 문화적 자산을 구축해왔다. 조선통신사를 나타내는 공공디자인으로 시가지를 꾸미고 조선통신사 학교 등 수많은 문화 강좌를 운영한다. 지역민들은 대마도의 정체성을 역사문화 교류도시로 인식하고 해외까지 그들의 문화적 자산을 홍보하고 있다.

거제는 봉수대가 많고 시대별로 성곽도 남아있으며 양달석·이범선·윤후명·김아타 등 거제와 연관된 예술가들도 많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장승포 일본식 가옥 같은 근대문화유산이 철거되고 차별성 없는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글로벌 조선산업 중심도시라는 미명 아래 파리지앵, 뉴요커, 런던러 같은 거제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거제와 남해 등은 한때 유배지였던 영향으로 문인이 많았는데 그 역사를 발굴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이를 위한 향토사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거제문화 정체성 찾는 공론의장 열어야

거제시는 지금부터라도 거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이웃 통영을 비롯해 수도권이나 또는 해외에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초빙하고 선진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문화예술공연장 관장도 외부에서 초빙해서 공연을 유치하고 전시를 기획하도록 맡길 필요가 있다. 공무원 출신 행정가들은 관장이 아니라 상임이사 같은 관리직을 하면 된다.

기관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더라도 내용물은 거제의 것이어야 한다. 우리만의 것을 하되 세련되게 해보자는 것이다. 대도시 문화 따라하기는 한복에 서양모자를 쓴 꼴이다. 지역작가가 조금 서툴더라도 계속 발굴하고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재를 파괴하고서 어설픈 미래를 맞이해온 거제문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행정은 지역작가를 먼저 배려하되 소수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조정자 역할이 필수적이다. 문화예술은 소수가 독점하면 부패하고 대중에게 확산이 어렵다.

통영시는 지금도 무형문화재 11명을 보유한 예향이지만 새로운 지역작가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운영한다. 청마문학상에 2000만원을 비롯해 김상옥 시조문학상, 김용익 소설문학상, 김춘수 시문학상을 지원하고 전혁림 예술제에 신진작가를 발굴해 전시한다.

또 '거리의 악사'를 모집해 대중 앞에 설 기회를 주고, 연명예술촌에는 제2의 박경리, 전혁림을 꿈꾸는 신진작가들이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문화콘텐츠 구축해야 관광거제 가능

관광거제 역시 거제의 정체성이 확립되면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다. 같은 경치를 보려고 몇 번씩 재방문하는 관광객은 드물다. 지역의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지 않으면 관광거제는 어렵다.

중국 계림(桂林)에서는 영화계 거장 장이모 감독이 연출하는 초대형 주민참여 뮤지컬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지역의 설화와 전설·사랑 이야기를 극화해서 보여주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올리므로 꼭 다시 오겠다는 관광객이 많다.

역사유물이 많지 않아도 문화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 안동에는 유물이 하나도 없는 전통문화콘텐츠 박물관이 잘 운영된다.

전남 보성군의 경우 일본식 가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활용하고 녹차산업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녹차산업과를 별도로 운영한다. 일본 요코하마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를 표방하며 밤에 관광객이 볼거리·먹을거리·즐길거리를 다채롭게 제공한다.

중국 칭따오는 독일의 식민도시였다는 아픈 역사를 가졌지만, 독일을 통해 맥주산업이 시작된 사정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 산업과 관광을 연계한다. 거제 또한 포로수용소나 임진왜란 등 소재가 있지만 이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노력은 부족하다.

예산확보·인력충원…문화행정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어렵더라도 거제의 시민들이 어릴 때부터 문화적 자양분을 받고 자라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원 업계에 따르면 거제는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하려는 학생의 비율이 낮아서 입시예술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성인 취미반도 수강생이 적고 교습비는 통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문화예술강좌 강사들이 기존 문화예술강좌를 통해 재생산되는 구조속에 있어 질적 향상이 어려운 면도 있다. 잠재력 있는 문화예술강사를 수도권으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하는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또 통영처럼 세계적인 예술가를 초빙하면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해 접촉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문화행정에 대한 체질을 확 바꿔야 하며, 지역에 문화의 유전자(DNA)를 심는 절실한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통영 등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고현권에 500~700석 되는 문화예술공간 건립이 필요하다. 기존 거제시청소년수련관은 합창대회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그리고 시민을 위한 다목적 공간을 제공하는 종합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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