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수월중 시청각실서 고교평준화 타당성 연구 공청회
질의응답 겨우 1시간, 타당성 최종보고회 위한 절차 '비난'

▲ 거제지역 고교평준화 타당성 연구에 참여한 연구·교수진들이 거제시민들의 으견을 경청하고 있다.

거제지역 고교평준화에 대해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하 도교육청)이 공론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2004년부터 꾸준히 고교평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현재 도교육청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당사자인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교사 등에게 고교평준화가 추진돼야 하는 이유에 대한 토론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고교평준화 타당성 연구를 실시하는 용역기관에서 지난 7월17일 3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가져 하루 동안 각각 1시간 30분 동안씩 이뤄졌다. 특히 거제지역 전체 초·중·일반고등학교 63개교 중 초등 1개교·중등 2개교·공립고등 2개교 등 5개교만 간담회 대상이 됐다.

사립고등학교 간담회는 거제고·해성고등학교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갖기 전부터 고교평준화와 관련된 홍보자료가 각 초·중학교에 배포되는 등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해 무산됐다.

이 문제는 지난 6일 수월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고교 평준화 타당성 연구 공청회에서도 지적됐다.

정수만 해성고등학교 교장은 "용역사에서 일방적으로 사립 고등학교에서 간담회를 취소했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각 학교 별로 관계자들 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다음 각 초·중학교마다 평준화 추진과정을 설명해줘도 늦지 않은데 간담회를 하기도 전에 이미 고교평준화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타당성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 공청회 역시 교육관계자·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으려 했다면 공청회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80여명의 교육관계자·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용역기관에서 1시간 동안 용역 보고를 하면서 소비하고 나머지 1시간 동안 10%인 8명의 학부모와 교육관계자만이 질의를 할 수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마치고 나서 서면·대면 질의로 해소하기는 했으나 의견을 주고받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 타당성 연구용역 맡은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서 용역 중간보고회를 설명하고 있다.

올해 고교평준화 실시한 세종시 '공론화만 2년'

올해부터 고교평준화를 실시한 세종특별자치시는 시민단체인 세종시민연대를 중심으로 2년 동안의 공론화를 거쳐 시행한다. 세종시민연대는 세종시의회에 요청해 고입 방식을 고교평준화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공론의 장을 열 수 있도록 조례도 만들었다.

세종시의회에서 조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심사보류대상이 됐지만 세종시민연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세종시에서 거제제일고와 같은 사례인 농어촌전형의 세종고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교평준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종시민연대는 세종시·세종시교육청·세종시의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농어촌전형인 세종고를 제외하는 과정 역시 꾸준히 공론화장을 열었다. 행정절차는 세종시교육청에서 진행했지만 공론화는 각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다.

반면 경남교육청은 현재까지 지난 7월17일 간담회, 7월10일 설명회를 열고 각 초·중학교에 홍보물만 배포했을 뿐이다. 공론화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 김상헌 옥포중학교 교감은 "농어촌 전형 유지를 위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 왼쪽). 초·중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A씨가 타당성 용역의 중립적이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고교평준화 반대 모임도 결성

고교평준화 관련 공청회가 열렸던 수월중학교 앞에는 '거제지역 고교평준화 반대 추진위원회'의 고교평준화 추진 반대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렸다.

거제 중·고등학교 학부모·동문 중심으로 이뤄진 반대 추진위원회는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추진위는 거제지역 평준화는 지역 여건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교통·지역편차·기숙사 문제 등에 대해 논의를 걸치고 평준화 시행에 따라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연구와 대안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복 거제중학교 교감은 "사학의 반대가 이기적인 행보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평준화는 교육계 흐름이기 때문에 대화와 설득을 통해 거제시에 걸맞은 평준화 과정도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경남도교육청은 평준화 진행 과정에서 사립고등학교와 충분한 설득도, 논의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 공청회 현장에는 거제시 고교평준화 반대시민모임의 현수막 및 피켓이 곳곳에 나걸렸다.

설문조사는 65% 고교평준화 찬성 학생은 58.4% 불과

이날 공청회에서는 타당성 용역 중간보고회와 겸해 용역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교육관계자·학부모들이 나타났다. 학부모 A씨는 "경남도교육청에서 용역비만 지원해준다면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해 공청회장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용역조사가 결국 발주기관인 경남도교육청이 원하는 대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제기에 용역연구를 맡은 이지혜 서원대학교 교수는 "경남도교육청과 용역연구진들이 친분이 있는 관계도 아닌데 그러한 오해는 삼가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설문조사 응답률이 낮아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약 16%의 응답률이라 하더라도 신뢰도와 오차범위를 보면 60% 이상이 찬성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선임연구진이 한 학부모에 대한 답변에서 "중학생 1·2학년들은 평준화가 뭔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논란이 발생했다.

고교평준화 찬성 70%가 넘은 교원과 학부모는 평준화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에 찬성했고 58%에 불과한 학생들은 평준화를 모르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중립을 지켜야 할 연구진이 이미 평준화 찬성에 기울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제일고 희망 7순위…농어촌전형 유지 방안은?

용역사는 고교평준화 타당성 연구 설문조사에서 나온 희망학교 순위를 중간보고회에서는 무기명으로 밝혔지만 취재과정에서 7순위가 거제제일고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거주지별 분석 결과 가까운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했지만 현재 거제지역 중학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거제중앙고가 1순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순위도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 수인 2705명보다 490명 많은 3195명이 응답해 중복응답자가 어디에 몰표를 던졌는지를 알 수 없게 됐다.

현재 고교평준화 대상에서 제외 유무 대상인 거제제일고를 위한 해소 방안은 비선호 이유인 원거리 배정을 제거하고 학습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고 인가 학급 수 감축 등으로 희망하는 학생들만큼의 학생만 들어가고 비희망 학생들은 최대한 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상헌 옥포중학교 교감은 "고교평준화를 진행할 경우 거제제일고를 비롯한 거제옥포고·연초고 등 농어촌전형 학교 입시가 어떻게 변경될지 가장 관심이 많다"며 "농어촌전형 대상 고등학교에 대한 우선선발 등 방법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선선발을 하는 것 자체가 평준화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 돼 경남도교육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내년 6.13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고교평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거제지역 구성원들 간의 고교평준화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과정에서 행정절차가 진행되면서 '졸속행정'과 '선심성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거제시의회 B의원은 "고교평준화 추진위에 서명은 했지만 막상 액면을 들여다보니 문제점들이 많다"며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정치적으로만 이용될까 싶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C의원은 "고교평준화를 시스템적으로 구축하지 않아도 65% 이상이 자율적 선택을 하고 있다"며 "현재 경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방식으로 몇%의 학생이 자율적 선택으로 가능한지 정확한 연구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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