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칼럼위원

▲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물은 생명체에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흔하다보니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어보면 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체험하게 된다. 그러나 홍수를 만나면 무서운 자연재앙임을 실감한다.

물은 화학적으로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다. 바닷물·강물·지하수·빗물·온천수·수증기·눈·얼음 등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구 표면의 4분의3을 물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구 내부에도 흙이나 바위 속에 스며 있거나 지하수 상태로도 존재한다.

지구에 지각이 형성된 이래로 고체·액체·기체 상태로 존재하면서 생명체에, 특히 인간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해수와 육수가 태양열을 흡수해 수증기가 되면서 대기 속에 확산되고, 그 수증기는 응축되고 모여서 구름이나 안개가 된다. 이것들이 다시 비·눈·우박으로 지표면에 내린 다음 모여 하천을 통해 해양·호수로 흘러가는 것이 물의 순환이다.

물은 기후를 좌지우지하며 어패류·해조류의 생성의 터전이다. 물에서 사는 어패류는 중요한 식량자원이 아닌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흙을 만들 뿐만 아니라 식물을 자라게 하는 주요 요소가 물이다.

물이 생명의 원천인 것이다. 물은 생명체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대략 인체는 70%, 어류는 80%, 미생물은 95%가 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생명의 유지현상자체가 수용액에 의해서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반응이다.

그러면 물이 인체 내에서 하는 역할을 살펴본다. 인체 내의 각종 영양소는 물에 용해돼 있으며, 체내에서의 모든 대사 반응은 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좋은 물의 섭취가 중요하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섭취한 물의 질과 양이 체내의 대사 반응에 영향을 주고 체질을 좌우하므로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체의 70%를 이루고 있는 물이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인체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1-2%만 수분이 손실돼도 인체는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낀다.

인체 내 물의 역할은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대사 작용을 높인다.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영양소를 용해시키며, 이를 흡수 운반해서 필요한 세포로 공급해준다. 체내에서 불필요한 노폐물을 체외로 배설시킨다. 혈액을 중성내지 알칼리성으로 유지한다. 관절·뼈마디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소장과 대장에서 음식물을 녹이고 희석시켜 소화흡수를 도와준다.

수년 전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바이러스 질환에는 면역력 외에는 딱히 치료약이 없다보니,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면역과 호흡기 건강에 최고의 음식이 바로 물이다. 물은 우리 몸에서 대사된 후 노폐물과 함께 밖으로 배출된다.

바이러스나 세균 또한 눈물·콧물·가래·상처의 진물 등 수분(체액)에 흡착돼 배출된다. 우리가 마신 물은 장에서 흡수된 후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 모든 조직과 세포에 공급된다. 동시에 폐·기관지의 말단인 허파꽈리에 모인 수많은 모세혈관을 통해 폐·기관지의 습도를 유지시켜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몸의 습도가 적절하면 가래가 잘 배출돼 염증을 조절하고 기침도 줄여준다는 것이다. 노로바이러스가 겨울철에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하고 낮은 온도에서 생존력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물을 많이 마시면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요즈음 우리사회에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맹신의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물을 적게 마시면서 건강기능식품만 선호한다면 면역 증진 효과를 볼 수가 없다는 얘기다. 노자가 말하기를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을 정도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평가는 물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것처럼, 물이 우리 인체에 좋다고 해서 지나치게 마실 경우 물이 혈액을 희석시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물의 급성독성치인 반수치사량(LD50)이란 것이 있다. 쥐의 경우 체중 1㎏당 약 90㎖라고 한다. 삼과 쥐의 차이를 무시한다고 가정하면, 체중이 60㎏인 사람이 5.4ℓ의 물을 한꺼번에 마시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물의 역할은 막중하고 인류의 운명과 직결된 필수요소이다. 이를 관리하고 아껴서 인류의 미래를 보전해 나가야할 커다란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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