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업고 통학버스 사고로 통학버스 안전성 문제 의문제기
고교평준화 지역 간 거리 격차 좁히기 위해 통학버스 운영

▲ 지난달 28일 거제면 옥산리 하원마을 입구에서 학생 18명을 태운 통학버스 차량이 정차한 시내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통학버스 차량기사 1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쳤다.

지역 고등학생들의 통학 수단인 통학버스와 시내버스 운영을 두고 교육·교통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거제면 옥산리 화원마을 입구에서 학생 18명을 태운 경남산업고등학교 통학버스가 정차한 시내버스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통학버스 운전자 1명이 사망하고 학생 18명이 경상을 입어 지난달 31일까지 입원치료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시내버스에 탑승했던 기사를 포함한 19명 중에서는 5명이 치료를 마치고 귀가했고 14명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승객 모두는 경상에 그쳤지만 통학버스 운전자 사망을 두고는 현재 거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통학·시내버스 승객 모두 경상인 상황이라 속도는 빠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번 경남산업고 통학버스 교통사고가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에서 추진하고 있는 거제지역 고교평준화 사업에서 놓쳐선 안 될 부분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 교육청은 거제지역 고교평준화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거제지역이 고교평준화로 전환될 경우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은 원치 않은 장시간 통학거리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시내버스 노선 세분화 및 등·하교 시간 버스 증설을 요구한다. 반면 학부모들은 안전벨트가 좌석별로 있고 편안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통학버스 증설을 요구하면서 비싼 통학버스에 대한 거제시나 도 교육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제면에 거주하는 학생 A가 1희망인 제일고에 떨어지고 4희망인 해성고에 합격했을 경우, 혹은 능포동에 거주하는 학생 B가 1희망인 해성고에 떨어지고 4희망인 제일고에 합격했을 경우 두 학생 모두 시내버스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국도 14호선 중심의 버스 노선 때문에 거제면에서 고현버스터미널까지 나오는데도 버스 시각에 맞춰야만 시간을 그나마 절약할 수 있다. 반면 통학버스로 이동할 경우 시내버스 소요시간의 4분의 1인 약 3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교통비는 통학버스가 시내버스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장승포동에 위치한 해성고등학교와 아주동에 위치한 거제고등학교에서 장평동까지 통학버스비는 한 달 기준 각 7만9100원, 6만6500원이다. 시내버스는 고현버스터미널에서 환승을 해도 3만5700원으로 비용이 절반 정도밖에 안 든다.

통학버스는 좌석제에 노선이 세분화돼 있고 경유지가 없어 시간도 절감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편의성과 시간 절약에 방점을 둔다. 시내버스는 정차가 많기 때문에 과속에 제약이 있어 안전하고 버스비도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

올해 기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거제공업고등학교를 제외한 9개 고등학교 학생 수는 8590명으로 이중 절반 이상인 4510명, 약 52.5%가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1559명으로 18.1%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거제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교육 관계자들이 요구하는 노선 세분화나 등·하교 시간 배차 늘리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열려 있다"며 "하지만 고등학생 시내버스 이용률이 채 18% 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시내버스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 협의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통학버스를 운영하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에 늘 불안해한다. 고교평준화의 목적은 아이들 평등교육도 있지만 집과 가까운 거리의 학교에 어떠한 편견 없이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많은 아이들이 편안하고 가까운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교육과 교통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재연(45·장승포동)씨는 "고교평준화는 어떤 학교에 가게 되더라도 불평이 없도록 최소한의 시간적 거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각 학교 기숙사 시설 확충이나 통학버스 운영 확대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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