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체류형 관광 위한 체험시설 필요"
국립공원 "자연환경 그대로 보전해야"

▲ 동부면 학동리 동백나무숲 관광자원화를 위해 다른 나무를 간벌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국립공원측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사진은 동백나무숲을 가로지르는 국도14호선.

동부면 학동리 동백나무숲 및 팔색조 보존관리방안 연구용역을 계기로 관광자원화를 바라는 주민들과 보전이 원칙인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거제시청 소회의실에서 거제 학동리 동백나무숲 팔색조 번식지 모니터링 및 보존관리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용역수행기관인 자연과사람들 측에서는 팔색조와 동백나무를 중심으로 자연생태계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앞으로 최종보고회까지 지속가능한 관리방안과 활용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용역보고회에 나온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동백나무숲과 팔색조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자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동지역에 관광객이 최근 몇 년간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관광자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학동마을 류도인 이장은 "동백나무숲과 팔색조가 197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에는 주민들이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팔기도 했다. 이후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방치되기 시작했다"며 "팔색조가 예민한 새이므로 직접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모습을 보여주고 울음소리를 들려주는 체험시설이 필요하다. 학동은 국립공원이라 건축행위가 제한되고 유흥주점 허가가 안 나서 관광객들이 밤에 머물지 않으려고 한다. 떠나려는 관광객을 붙잡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측도 동백나무숲과 팔색조의 관광자원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간벌조차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관광자원화에 대한 온도차가 상당하다.

류도인 이장은 "지난 1997년부터 2006년께까지 동백나무숲 활용방안을 정부에서 공개제안 사업으로 해 놓고 사실상 방치하는 바람에 칡넝쿨과 잣나무 같은 다른 수종이 더 발달하고 동백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실정"이라며 "동백나무보다 성장이 빠른 다른 수종을 적절하게 솎아내고 해안선이 보이지 않게 우거진 나무들에 대한 가지치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반면 국립공원 측은 간벌은 관련법상 불가능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관계자는 "여러 나무가 공존하는 자연숲이 돼야 하고 그것이 국립공원을 설치한 취지 중의 하나다. 주민들은 동백나무만 원하지만 다른 나무를 베어내면 햇빛 투과율이 높아져 땅이 마르고 팔색조 먹이인 지렁이의 밀도가 낮아진다"며 "팔색조 서식지인 동백나무숲이 천연기념물로 되어 있으므로 문화재청에서도 간벌을 허락할 리가 없고 관련법상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용역연구에서는 팔색조 외에 천연기념물인 두견새도 동백나무숲에 살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밖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2종, 보호종 8종이 발견됐다. 또 국도14호선이 동백나무숲을 관통하고 있어 야생동물이 차에 부딪히는 로드킬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거제시는 현재 시조로 돼있는 갈매기가 너무 흔한 시조라는 지적에 따라 팔색조로 시조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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