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배란일에 난자가 자궁에 이르러 정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가 수정하지 못하면 혈액과 함께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월경(月經·menstruation)이다. 이때 샅에 차는 헝겊을 월경대·월경포·달거리포·개짐(개지미) 등으로 불린다. 깨끗한 광목천으로 만들어 기저귀처럼 차고 있는 것이 귀찮은 짐이라서 '개짐'이라 불렀는데, 어감이 별로 좋지 않아 빨래거리를 의미하는 '서답'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생활에서 개짐은 여러 가지로 쓰였다. 아들을 낳는 일이 남의 집 며느리로서 최고의 가치였던 시절에 아들을 많이 낳은 부인의 개짐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섰고, 심지어는 훔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들은 아내의 피 묻은 개짐을 지니고 다녔는데 이는 산신을 불러내기 위한 일종의 부적과 같은 역할을 했다.

심한 가뭄 때에는 더욱 요긴하게 쓰인다. 디딜방아를 거꾸로 세우고 마치 사타구니처럼 갈라진 사이에 여자의 속옷을 입히고 피 묻은 개짐을 그 사이에 걸쳐 놓는다. 그게 보기가 영 그렇다 싶으면 붉은 황토를 발라 피처럼 보이게 한다. 양(陽)이며 남자의 상징인 하늘이 음(陰)인 여자의 유혹에 정액을 상징하는 비를 뿌린다는 믿음 때문이다. 진도에서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심한 가뭄이 들면 여자들이 긴 장대에 피 묻은 개짐을 깃발처럼 달고 하늘을 향해 흔드는 제의(祭儀)가 존재했다고 민속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폭신폭신하면서 흡수력이 좋은 탓에 쪽 팔리기는 하지만, 군인 중에는 더운 여름 날 행군하면서 소위 하이바라 부르는 헬멧 안에 넣기도 하고, 행군할 때는 군화의 깔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흡연하는 남자들이 담배 인심만은 후하듯이 생판 모르는 여자라도 갑작스런 생리로 난처해할 때 선뜻 내주는 것이 생리대다.

여성에게 있어 생리는 하고싶다고 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근 40여년 동안 1만개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 생리대에서 검출된 발암물질로 여성들의 불안감은 이제 분노로 변하면서 생리대가 아니라 개짐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