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 칼럼위원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디지털에 대한 논의는 언론학계는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이미 상당 부분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거의 모든 지역신문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지면보도와 함께 인터넷 신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에서 새롭게 창간되는 신문사들 가운데에는 종이신문보다 아예 인터넷 신문에만 집중하는 경향도 있다. 전체 사회가 디지털화되는 분위기에 지역 언론들도 디지털화 됐다. 그런데 지역 언론의 현실은 어떠한가?

종이신문 제작에도 바쁜데 인터넷 신문까지 편집하고 업로드해야 하는 업무들이 늘었다.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도 힘든데 언제부턴가 모바일 시대가 대세가 돼, 페이스북·카카오톡에도 기사를 제공해야 한다.

몇몇 지역 신문사에서는 종이신문의 텍스트 제공을 넘어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영상기기를 구입하고 카메라 전문인력을 충원해 영상물 제작과 편집에 비용·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일주간 기사 취재에도 바쁜데, 영상물 제작을 위한 회의도 참석해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짜내야 한다.

문제는 할애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이라는 대세에 맞춰 인력도 재구성하고, 신문사 직원들의 디지털 언론에 대한 의식도 바뀌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디지털 환경이라는 필연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모두가 늘어난 업무에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의 경영 상황이 호전되거나 구독자 수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시문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페이스북에 올리는 뉴스기사는 과연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기 힘들고 복잡한 상황이다. 자사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설정하고 진행하는 사업들보다 주변 분위기와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일들이 잦아지고, 이제까지 무작정해야만 할 상황이라 했던 일들은 이제 부담감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인터넷 신문보다 종이신문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50세 이상 분들은 종이신문을 고집하고, 지역상권도 종이신문 광고에 더 관심이 큰 편이다. 전국지나 중앙지들이 토로하는 디지털 언론의 혼란과 위기들은 사실 지역 언론에서는 조금 덜한 게 사실이다.

인터넷 신문의 등장이 종이신문을 위협하는 상황도 아니고, 종이신문의 광고나 구독률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같은 지역에 창간된 인터넷 신문들을 보아도, 인터넷 신문 시장에 뚜렷한 성과나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지역 언론의 상황이다.

지역의 인터넷 신문은 사실 디지털 사회라는 기술적, 시대적 변화에 지역 신문사들이 종이와 인터넷 신문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문사들의 선택 사항이지, 인터넷으로 빠져나가는 독자들과 광고 수입을 붙잡기 위한 필수적인 상황은 아직 아니다.

오히려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 상태가 인터넷 신문을 병행할 수 있게 했고, 동영상 제작까지도 실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분명 어려움은 있지만 힘들게 운영되고 한 주, 한 달, 일 년이 지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효과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그저 지속해야하는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 신문사의 새로운 경영 철학이 필요할 때이다. 전체 사회가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더욱더 비상업적인 언론을 요구하게 된다. 관청의 소식지가 아닌, 소외된 지역민들의 이슈를 토론하는 공간이 바로 비상업적 지역 언론이다.

구독자가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 확인하는 전략은 상품과 광고를 팔기 위한 상업적 접근이 아닌, 지역민들의 실생활을 이야기 나누고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공동체 민주 사회의 형성을 위한 비상업적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 우리는 좀 더 냉철하게 우리의 현실을 진단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지역 신문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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