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자 시민리포터

아침 산책길에 몇 일째 눈에 띄는 장면이다. 길 한편에 개 세마리가 나란히 걷다가 건널목을 건널 땐 가만히 기다린다. 그러다 신호가 바뀌면 줄지어 건너가는 것도 재밌다. 어쩌다 미처 건너지 못한 나머지가 있으면 건너 올 때까지 한쪽에 자리 잡고 아예 철석 드러눕는다.

그런 장면들을 지켜보며 어쩌면 동물의 세계를 더 깊이 알아도 좋을 듯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또한 같은 애와 가족같이 살아 가기 때문이다. 애들을 대하듯 말을 건네는 것도 개들은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유난히 사람을 의식하면서 인간의 말귀를 읽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잠은 어디서 잤을까 궁금하다. "셋이서 같이 잤어?" 하고 말을 건네 본다. 서로의 온기에 조금 따뜻하게 지냈겠다 싶어서다. 그 말에 귀를 쫑긋 세워 주춤하고 눈을 마주친다.

때론 답답하다고 느낄 만큼 느긋한 나는 길을 걷다보면 앞서 신호를 기다리는 일행들 보다 몇 발자국 뒤떨어져 걷고 있다. 그럴 땐 신호가 바뀌면 앞 다퉈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건너는 걸 지켜보며 오히려 뒷걸음질 하듯 보폭을 줄이고 걷다가 다음신호를 기다리기 일수다.

막상 다음신호에 건너가면 일행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저만큼 서있는 한 친구는 본인 일에 바쁘고 어느 친구가 뒤쳐졌는지 우리인간은 상대방의 그런 일에는 별 신경쓰지 않는다.

언젠가 TV에서 인간과 개라는 프로가 방영됐다. 개는 사람보다 감각이나 후각이 더 발달해 위엄한 순간에 한 사람을 구했다는 감동적인 일화가 있었다. 그 후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돼 가족에 대한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개는 동물이지만 같이 지내왔던 친구의 의리를 저버리지 못하는 장면도 보게 된다. 친구를 읽은 뒤 잠들어있는 그곳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감동적인 면도 그러하다.

어쩌다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길 읽고 배회하다 훌륭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분들은 본인의 인생도 없이 유기 견 들을 돌보며 고기한 회생을 하며 지내는 분들을 접할 때마다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면서 연신 숙연해지기도 한다.

3년 전이었다. 예쁜 강아지가 나에게 오게 됐다. 딸아이가 제 사촌오빠에게서 받아왔다. 개가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꼭 길들이지 않아도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개는 거눠준 사람에게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강아지는 나의 눈빛 하나에도 반응하며 애교를 부린다.

잠시 외출 준비를 하면 새까만 눈으로 올려다보고 뱅글뱅글 돌며 뭐라 앵앵거린다. 또 몸짓으로 눈짓으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는 외출에서 돌아오면 깜깜한 집안엔 나를 기다리며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강아지가 있다. 어쩌다 혼자 있게 한 것이 짠해서 잠시 자리에 않으면 재빨리 달려와 옆에 바짝 귀대고 누워 쌔 근이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이렇듯 개들은 사람의 말귀를 잘 알아듣고 따르기에 버릇이 나쁠지라도 주인의 의해 금방 개가천선 한다는 것이다.

무기력한 인간에게도 짐승에게처럼 미소를 지으며 긍정의 힘을 빌려 무조건 칭찬을 이끼지 않았다면 개가천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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