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민들 반응
권민호 "시장 또 학교 보내나""시장 음해일 수도…"
한기수 "믿는 도끼 발등 찍혀"
김해연 "또?"

권민호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위해 조직폭력배를 사주, 정치적 공작을 통해 민주당 내부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낙마시키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거제시민들은 현대판 정치정적제거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달 30일 자칭 조직폭력배라고 밝힌 장명호(본명 장명식·65)씨는 고현동 거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권 시장이 자신의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핵심 세력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고, 그렇게 한 다음에 약점으로 이용해 정치판에서 매장하라고 나에게 사주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 5월 22일 능포동의 한 주점에서 권 시장을 만나 사주 지시를 받았으며 그에 따른 비용은 OO도시개발사업 조합장인 김모씨가 전해줬지만 실제는 거제지역 중소건설사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권시장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 시장의 숨겨진 뒷거래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과 일부 시민들은 요즘 세상에 '설마' 조폭이라 주장하는 폭로자의 혼자 도취된 주장이겠지라며 거제사회를 염려하는 분위기이다.

권시장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은 폭소사실을 일부 부인하고 있지만 폭로자 장씨의 증거가 계획적이고 치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씨 주장을 요약하면, 권 시장이 사주했고 대리인은 김모 전 시의원이며 그 대가로 장씨는 지세포 출발 지심도 유람선 사업의 이권을 제공받기로 했다. 하지만 "권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활동자금이 OO도시개발사업 조합장에게서 나왔다는 주장에 OO도시개발사업의 특혜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씨 "한기수·김해연에 금품·향응 제공"

그는 "거제시의회 한기수 부의장을 통해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과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과 만났다. 변광용 위원장은 식사는 같이 했지만 금품을 거부했다. 한기수 부의장에게 6월 7일 제공했고, 같은 달 21일 김해연 전 도의원에게도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씨는 자신과 한기수 부의장, 변광용 위원장, 김해연 전 도의원 등이 등장하는 여러 개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이 공개됨에 따라 한기수 부의장과 김해연 전 도의원은 장씨와 함께 식사를 하고 유흥주점에 같이 간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변광용 위원장은 한 부의장과의 의리 때문에 장씨 등과 만나 식사한 적은 있지만 유흥주점에는 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녹취록에는 장씨가 1000만원대에 달하는 돈을 건네는 정황은 나오지 않는다. 장씨는 계단을 함께 걸어가며 주는 방법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기수 부의장 및 김해연 전 도의원 함께 있는 자리에서 100여만원을 인출해 나눠가지라는 장씨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를 거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서, 이 부분은 향후 수사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장씨가 옷이나 골프채를 선물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역시 거부하는 목소리는 녹음되지 않았다.

권 시장 등 유력정치인 치명타 불가피

녹취록이 공개되자 장씨 주장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정가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관련 정치인들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권민호 시장은 정적을 제거하고자 조직폭력배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장씨가 공개한 녹취록 중에서는, 장씨와 김모 전 의원이 만나서 권 시장이 유람선 이권을 주기로 했으니 권 시장의 사주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내용이 들어있다.

권 시장은 장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유람선 이권을 주고 사주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장씨가 배 두척을 준비했다며 지심도 유람선으로 넣어 달라고 하기에 내가 해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기수 부의장과 김해연 전 도의원은 금품을 줬다는 장씨 주장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됐다. 두 명이 장씨를 따라서 유흥주점에 갔고 여성 접대부를 불러 한 자리에 앉았음이 녹취록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부의장은 "장명식씨는 평소에도 술자리를 함께 하는 사이였다. 향응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도의원은 "권민호 시장과 잘 지내라는 등 고압적인 태도에 불쾌해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한 부의장이 말려서 참았다. 당연히 돈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지 언론 플레이 이용 안 되자 1인 시위로 폭로 결심한 듯

장씨의 폭로는 그가 본지에 최초 제보한 뒤 20여일 만에 이뤄졌다. 지난달 10일 장씨가 본지에 전화해 시장과 관련한 제보내용이 있다고 언급했다.

장씨는 권 시장이 자신을 사주한 녹취록과 한기수 부의장, 김해연 전 도의원, 변광용 위원장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는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취록의 일부를 잠깐 들려주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녹음된 부분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공개하겠다, 일단 기사화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장씨를 만난 본지 기자는 "들려준 부분만 가지고는 함께 식사를 했다는 정도밖에 입증하지 못한다. 녹취록을 증거로 넘겨달라"고 했지만 장씨는 거부하며 기사화부터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신문사를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 증거가 없으면 당신의 주장은 기사화되지 못한다. 주장만 가지고 기사를 썼을 때 권 시장 등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거제시와 거제신문의 관계, 그리고 거제신문과 기사를 쓴 기자의 품위는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후 본지 기자가 지심도 유람선 중심의 탐문조사를 시작했고, 장 모씨의 관련 여부를 파악하던 중에 장씨의 폭록가 이뤄졌다.

또 다른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는 장씨에 대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다른 언론사에서도 당신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장씨는 이후 20여일간 여러 언론사에 제보를 했지만 같은 반응이 나오자 시청 앞 1인 시위를 통한 폭로를 기획했다고 판단된다.

장씨와 권시장, 거제유력 정치인들의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향후 경찰의 수사진행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기수 부의장과 김해연 전 도의원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회손 등의 혐의로 장씨를 각각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접한 많은 시민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장씨의 자금 출처부터 시작해 이 사안에 대해 엄중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장씨가 권 시장 관련 녹취록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권 시장이 실제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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