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투명하고 간편함이 장점…업계, 밥그릇 줄어들까봐 외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전자계약제도가 거제에서도 이달부터 시작됐지만 업계의 외면으로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부동산 전자계약제도는 지금까지 종이로 했던 부동산 거래계약을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임대차계약 시 확정일자가 무료로 자동 부여되며 매매계약 시 부동산 거래신고가 자동으로 처리된다. 인감도장이 없어도 계약이 가능하고 계약서를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다.

계약서 위변조 및 부실한 확인·설명을 방지할 수 있고, 무자격·무등록자의 불법 중개행위도 차단된다. 또한 부동산 중개사고 예방 및 이중계약, 사기 계약 방지 기술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렇지만 거제를 포함한 전국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전자계약으로 거래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극히 드물다. 정부와 부동산중개사협회의 보급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반응은 냉담하다.

수양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지금까지 부동산 거래계약을 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는데 새롭게 복잡한 시스템을 익히고 싶지 않다"며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중개사도 많고, 설사 중개사가 전자시스템을 원한다고 해도 고객 역시 익숙하지 않기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자계약이 기피되는 진짜 이유는 전자계약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공인중개사의 기능 자체를 잠식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지금은 공인중개사만 거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전자계약의 성격상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짧은 시간에 시스템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가지 않더라도 집을 서로 사고파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전자계약은 정부에서 모든 정보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서 공인중개사무소의 매출이 노출되고 절세행위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도 있다. 또, 다운계약서 등 음성적 거래를 하지 못하므로 기피하는 일부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초 공인중개사협회는 전자계약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정부와의 타협에 이르렀다. 정부가 공인중개사협회에서 안 하겠다면 법무사나 다른 전문직 업계에 시스템 체결권을 주겠다고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마지못해 이달부터 소속 회원 대상으로 시스템 이용 교육을 제공하고, 전자계약에 대해 궁금한 점을 설명해주는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거제시지회 최성록 사무국장은 "전자계약이 거제에 도입됐지만 부동산거래의 특성상 현장 중심의 대면 거래가 갖는 편안함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세계적으로 부동산 전자계약을 도입한 곳이 없고 아직 생소한 제도인 만큼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거제시 관계자는 "전자계약은 임대차계약 확정일자와 부동산거래신고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등 장점이 많다"며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안정성, 효율성에서 뛰어나므로 이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