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선 논설위원

▲ 강래선 논설위원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문화예술을 중시하지 않은 적이 없다. 역사상 세계를 제패한 국가나 도시에는 그에 상응하는 문화가 존재해 왔다. 그만큼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 철학자 제임스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로, 인간은 동물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만족과 사상을 추구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거제시는 조선소에서 나오는 일자리로 먹고 사는 것에 큰 고민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경제적 만족으로 채울 수 없는 정신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갈망하지만 이를 채워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예술적 만족을 얻기 위해 부산으로 창원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 왔다. 이 또한 일부 계층과 청년·대학생들에게 해당되고 진작 필요한 중상층과 근로자들이 예술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 지금의 거제이다.

이로 인해  전국 최고의 범죄발생율 안전 불감증과 빨리빨리 문화가 빗어낸 대형참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 개발 지향주의 행정으로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짓고 바다를 매립해서 빌딩을 세우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해 왔다.

시장과 정치인은 이것이 거제발전을 위한 대단한 치적으로 홍보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은 돈에서 나온다고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돌아보지 못하고 돈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뒤에 오는 공허함은 결코 돈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는 사람이 돈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감성적 충만감이 없으면 결국 타락하고 그 방향이 잘못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악으로 치부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당장 급한 것이 아니고 돈이 안 되고 표가 안 된다는 논리에 밀려 정치인들의 관심도 순위에서 벗어나 시설 인프라와 가르칠 수 있는 교사부족 현상을 빗어왔다.

지금 거제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바다를 매립하고 산을 깎아 만드는 개발이 아니라 조선산업 불황으로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불안과 정신적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하는 일이다. 지금 거제 곳곳을 둘러보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터에서 쫓겨난 가장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들의 불만과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예술적 프로그램이 없으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돈이 최고라는 믿는 사람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예술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지금 거제의 현실은 척박하다. 변변한 전시관은 있으나 그곳을 채워나가는 콘텐츠가 부실하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경험하고 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거제시가 자족하는 행복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분야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분야 콘텐츠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교육시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건물 하나에 예술을 입히고 제멋대로 중구난방인 가게 간판을 재정비해 예술적 감각을 더해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작업.

또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의 거리조성과 예술인 공동 작업장조성, 여기에 거제 역사 바로 알리기 위한 스토리텔링 개발 작업 등 찾아보면 많다. 이도 부족하면 타 지방자치 단체에서 해 온 예술 문화 사업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 나가면 된다.

거제시가 한해 7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문화 예술분야에 지원하는 예산이 47억원에 불과한 것은 부끄러운 사실이다. 이중 30억원이 예술문화재단 출연금이고 11억원은 예술단체 행사 보조금이다.

남은 돈 고작 6억원으로 거제를 예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기는 부족하다. 인근 도시 통영의 경우 한 해 문화예술분야 지원예산이 18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해서 추경예산을 마련해 시민들의 예술적 소양을 함양하는데 지원한다.

거제시가 시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분야 예산에 인색했기 때문에 삭막한 회색도시로 시민의 삶의 행복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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