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 지사장

1977년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이후 지난 40년 간 국민의 건강수준과 의료접근성은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82.1세로, OECD 국가 평균인 80.5세를 상회한다.

최근 고액 의료비가 소요되는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성이 크게 강화됐고 선택진료비와 간병비 등 주요 비급여가 크게 개선됐지만, 건강보험 보장수준은 아직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주요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보장성 확대와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 모두 중요

최근 발표된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전면 급여화하고, 이 과정에서 다소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항목도 예비급여를 통해 건강보험의 제도권으로 들여오는 등 적극적으로 비급여 부담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다음으로 과중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를 개편하고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제도화할 예정이다. 또한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관계를 재정립해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억제하도록 할 것이다.

이번 대책은 특정 질환이나 계층에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해 건강보장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점에서 기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비해 진일보했다. 소득수준에 따른 개인별 의료비 부담능력을 고려해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파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가입자 간 소득 대비 의료비 부담률의 형평성을 높였다는 점 또한 이전과 차별화된다.

새 보장성 강화 대책발표와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보험자인 공단은 '보장성 확대'와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이번 대책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상황을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시행을 1년 앞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안의 성공적인 정착과 신규 부과재원의 발굴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효율적인 지출관리를 위해 건강보험증 부정사용 등 가입자의 부정수급과 사무장병원 등 요양기관의 허위부당 청구를 근절해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아야 한다.

또 매년 진료비 실태조사 및 의료기관 원가분석 등을 수행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급여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건강보험료 더 내더라도 더 많은 보험 혜택 필요

향후에는 사후적 질병치료 중심에서 사전적 예방중심으로, 저부담-저급여 체계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지난 3월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이 실시한 '의료정책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7%가 건강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더 많은 보험 혜택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뒤 부과체계 개편안이 시행되어 보험료의 '공정한 부담'이 정착되면 '적정한 부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국민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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