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 윤일광 칼럼위원

17세기 광해군 때 들어온 담배는 조선사회를 중독 시켜 버렸다. 오죽하면 조정의 대신들이 모인 어전회의장이 담배연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 되자 광해군이 회의 때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조임금은 "끊으려고 해도 끊지 못하는 요망한 풀" 곧 요초(妖草)라 했다. 순조실록에는 "근래에 들어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심지어 젖먹이를 면하면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한탄한 것으로 보아 담배가 얼마나 일상화되어 버렸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조선 후기 문신 무명자 윤기(1741~1826)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 "10살만 되면 담배를 피운다. 아들과 아우가 아버지와 형 앞에서 담배를 물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세상의 도리가 망가지게 된 것이 이 보잘 것 없는 풀 하나로 말미암을 줄이야"하며 한탄하고 있다. 정조22년(1789년) 담배를 재배하느라고 농토가 줄어들자 이를 법으로 금해달라고 신하들이 상소문을 올렸지만 지독한 골초였던 정조임금은 그런 일은 지방 감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임금이 할 바 아니라고 일축해 버린다. 심지어 과거시험에 정치의 대책을 묻는 책문(策文)의 논제로 남령초(南靈草:담배)의 유용성을 논하라고 했으니 정조의 담배 사랑은 대단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OECD 국가 중 그리스 다음으로 두 번째라는 근거로 파격적인 담뱃값 인상을 통해 담배소비량을 줄이면 최대 4조원의 의료비 절감효과까지 있다며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렸다. 그리고는 음식점·커피숍·PC방 등에서 전면 금연과 흡연 경고그림까지 담뱃값 인상에 대한 당위성을 합리화하려고 몸부림쳤지만 겨우 2년도 되지 않아 담뱃값 인상 약발은 퇴색하고 2016년 세수만 10조원 더 늘어났다. 그러니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얄팍한 술책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실패한 정책에 대한 사과나 책임을 묻지 않을까? 그러니까 턱도 아닌 통계나 여론조사를 빌미로 책임지지 못할 정책을 남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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