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신문 창간 29년에 부쳐

▲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한여름 작열하는 폭염 속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장승포항의 어느 작은 공간에서 창간호를 만들기 시작한지 29년이 됐다.

창간초기 경영의 어려움으로 경영주가 여러 번 바뀌기도 했고 때로는 직필정론의 신문정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 33개 지역 주간지로 구성된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이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 8년 연속 지원사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주간신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 거제신문은 정치인들이나 리더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정치인들은 권력에 야합하지 않는 신문이다 보니 거제신문을 폄하하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발행부수와 열독률이 최고이다 보니 선거 때는 제일 많이 얼굴이 실리고 싶어 하는 신문이다.

지역사회에 부정과 부패에 연관된 인사들 또한 거제신문이 싫다. 정치에는 반대쪽에 서는 정치인도 있다 보니 한쪽 편만 든다고 비판을 한다. 정작 편을 들어준다는 쪽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기들도 거제신문이 자기 쪽 편을 들지 않아 싫다고 한다. 왜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 거제신문을 보수 쪽은 진보라 하고 진보 쪽은 보수라 한다. 참 웃지 못할 일이다.

언론이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는 아닌데 말이다. 최근 모 인사가 거제신문이 거제시청 기관지라고 혹평을 했다고 한다. 거제시청 직원들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거제시청 직원들은 거제신문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말이다. 참 어이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분명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당사자에게 불리한 기사가 실려 있었을 게다.

거제신문은 바른 언론으로 태어나기 위해 편집권 바로 세우기에 수많은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때로는 편집인들이 지역인사들과 인정에 못 이겨 신문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경영을 이유로 광고를 무리하게 요구했던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제는 거제시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문이라 자부한다. 상식이 통하고 보수와 진보를 넘어 거제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고 약자를 대변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중심을 지키는 언론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이 집필한 '성호사설'에 나오는 '쟁신칠인(諍臣七人)' "임금이 아무리 엉망으로 정치를 해도 목숨을 걸고 바른말로 충언하는 신하가 있다면 태평할 것"이라는 글귀처럼 거제시민들께 바른말로 충언하는 거제신문의 길로 가고자 한다.

공자의 말을 재해석한 '효경' 간쟁(諫諍)에도 '천자는 바른말로 충언하는 신하가 7명만 있으면 아무리 무도해도 천하를 잃지 않고 제후는 5명만 있어도 나라를 잃지 않는다 했다. 대부는 그런 신하 3명만 있어도 집안을 잃지 않고, 선비는 바른말로 일깨워주는 친구만 있어도 체통을 지킬 수 있으며 아비는 바른말을 해주는 자식이 있다면 나쁜 일에 빠지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거제신문의 충언이 다소 귀에 거슬릴 수도 있고 당사자는 언짢을 수도 있다. 충언을 거제발전을 위한 간쟁하는 것이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거제신문이 다른 언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제사회에 거제신문마저도 무너지고 나면 거제 풀뿌리 민주주의는 누가 지켜나가겠는가?

창간 29년의 역사와 거제신문 20년 동안 필자와 함께 한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창간인사를 마무리 할까 한다. 폭염 속에 선풍기 바람이 전부였을 29년 전 장승포항 어느 공간에서 거제신문 창간에 젊음을 바친 선배님. 거제신문 후원금을 납부해주신 후원자 분들,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사제를 털어 운영해주신 역대 발행인들, 그리고 기성신문 창간과 거제신문과 통합에 힘써주신 선배님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특히 20년 전 30대 초반의 필자를 믿고 같이 동고동락 했던 故 윤철규 주필과 故 서종철 부장께는 추념의 인사를 드리고, 지금까지 거제신문을 지키고 있는 이익수 국장과 김은아 차장께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제신문 옛 동지들께 사죄의 말씀과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끝으로 지난 29년 숱한 위기 상황과 선택의 순간 독자여러분이 있었기에 딴 길로 빠지지 않고 거제신문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거제신문은 늘 독자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며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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