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언덕' 놀란 가슴에 생가 주변 일부 제한지역으로
정작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미 시작된 사유재산권 시비

거제시가 문재인 대통령 출생지인 거제면 명진리 일부지역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었지만 정작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 6일 문 대통령 생가로 알려진 거제면 명진리 694-1번지 240㎡ 등 8필지 4123㎡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고시(제2017-176호)했다.

이번에 포함된 필지는 앞으로 3년간 건물 신축을 할 수 없고 기존 건물을 고칠 수만 있다. 다만 쉽게 뜯어낼 수 있는 가설 건축물은 거제시가 허가하면 세울 수 있다.

거제시의 이번 조치는 문 대통령 생가로 알려진 집에 대한 정책이 복원에서 보존으로 바뀌면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거제시는 생가 복원을 하겠다며 생가로 알려진 집과 주변지역의 매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통령의 탈권위, 친서민 행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해 복원이 아닌 보존으로 입장을 바꿨다.

옆집조차 빠진 개발제한구역 설정

그런데 지정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이 너무 좁은 탓에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남부면 바람의언덕 사유지 논란으로 힘든 과정을 거친 거제시가 이른바 면피용으로 졸속 처리해버렸다는 해석이다.

거제시가 이번에 묶은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에는 문 대통령 생가로 알려진 집과, 그 집 소유주의 일가가 사는 남쪽의 집만 포함됐다. 서쪽 길 건너편 농지 4필지가 들어가긴 했지만 어차피 건축물 신축허가가 나기 어려운 곳이다.

생가 소유주는 개발제한 반대 안 해 

이번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에 들어간 집들은 개발제한구역 설정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이 일대의 개발행위가 억제돼야 나중에 생가 복원사업이 잘 추진되고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실제로 이곳에는 문 대통령의 생가로 알려진 집과 이웃집과의 신축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생가 소유자인 A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처럼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는데, 지난해 옆집 신축을 분별없이 허가한 거제시 건축과는 엉터리 행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는 생가로 알려진 집 담장에 '윗집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 건축허가 준 시청(건축과) 공무원은 각성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놓고 관광객들이 집 마당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장을 설치했다.

A씨는 "내 집을 다른 사람이 못 보도록 다 막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권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신축을 반대한 옆집 소유주 B씨는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지난해 11월 건물을 지었다는 그는 "내 땅에 내 집을 지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 출생지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나는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소개한 땅으로 귀촌했을 뿐이다. 그런데 집을 지으려니까 억지스러운 민원을 넣고 온갖 방해를 하더라"고 말했다.

시 "반대하는 필지는 다 빼고 묶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거제시는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을 설정하면서 B씨 집을 비롯해 생가로 알려진 집의 동쪽, 남쪽, 북쪽 주변을 모두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생가로 알려진 집의 주변에 불필요한 개발행위를 차단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당초 남정마을 대부분을 묶으려고 했지만 주민불편을 고려해 좁게 설정하라는 권민호 시장의 지시가 있어 소유주가 반대하는 필지는 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희망의 김한주 대표변호사는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설정을 통한 개발행위 차단 시도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최근 법원은 공익을 위해 특정 땅의 개발을 장기간 제한하려면 일정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러한 취지로 판결한 그린벨트 판례가 대표적"이라며 "행정에서 생가 주변을 복원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부터 주민과의 협의를 통한 매입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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