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칼럼위원

▲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유행어였던 때가 있었다.  '있을 때 아껴' 라는 말은 어떠한가. 물이 그렇다. 작금의 현상은 물을 아끼고 보존하는 노력이 부족할 경우 우리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휘늘어진 수양버들이 강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른다. 강을 따라 동화속의 그림 같은 집들이 늘어서 있다. 청둥오리 등 하얀 철새들이 강물 위를 쉴 새 없이 날고 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가뭄의 현장은 생과 사의 극명한 명암이 아니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바닥에 모가 죽어가는 모습은 처참하다. 흙냄새도 맡지 못한 모가 말라 비틀어져 신음하는 아픔에 마음이 저려온다.

어디 그 뿐인가.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서 더 이상 논에 물을 공급할 여력이 없슴은 물론, 이곳에 살고 있던 물고기들이 죽어간다. 허연 배를 뒤집고 죽어가는 물고기들의 절박한 아가미의 떨림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 아니랴. 극심한 가뭄은 인간의 힘으로는 속수무책이다.

물이 풍부한 환경 속에는 평화와 번성이 있다.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의 풍성함이 존재한다. 온갖 동물, 식물이 서식하고 물속에도, 땅속에도, 생육하고 번성하면서 물의 부요를 누린다. 이런 풍요로운 자연환경은 물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리 인간에게는 너 나 없이 물이 고향이다.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생성되고 열 달을 성장해 왔으니 원초적인 고향이 아닌가. 심신이 피곤할 때 강물이나 바닷물을 쳐다보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나는 어려서부터 물을 아껴 쓰는 데 이골이 났다. 이는 섬에서 자라난 환경의 영향이다. 한 세수 대야의 물로 세수와 머리를 감고 발도 씻었다. 남은 물에 걸레를 빨았다.

나뿐만이 아니다. 내 고향 섬사람들은 다들 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이 귀해서 호롱불을 켜는 기름만큼이나 아껴 써야 했다. 겨울에는 바위 틈새로 한 방울씩 떨어져 고이는 물을 섬사람들 모두가 차례로 조금씩 다루어다가 식수로 사용했다. 허드레 물은 큰 섬에서 전마선으로 실어다 썼다.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 지금도 아낀다. 사워를 할 때도 대야에 물을 받아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뒤에 한 번 행구고 끝낸다.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배인 물 절약 습관으로 인해 아내로 부터  핀잔을 듣지만 지금도 물을 아끼는 습관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는 물을 아껴 쓸까? 애석하게도 물을 '물 쓰듯' 한다. 국민 1인당 하루 사용하는 물의 양이 282리터에 달한다. 유엔이 하루에 필요하다고 제시한 최소량 20리터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하루를 보내는데 그렇게 많은 물이 필요할까? 물을 적게 쓰는 것이 과연 불편한 일일까?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물이 부족해지면 산업 활동이 어렵게 되고 일자리도 사라진다. 이미 IBM 같은 회사는 물 산업을 신전략 사업으로 선정해서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물부족 국가'다. 게다가 지금의 추세로는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략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이젠 '물을 돈 쓰듯' 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물 1리터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이 소비되고, 원가가 드는지를 계산해야하는 시대로 변해 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21세기형 치산치수를 계획하고 물  부족에 대한 대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물, 있을 때 아껴'라는 말을 마음에 새겨서 각인해야 한다. 과학의 힘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 기후가 진행되고 있다. 언제 심각한 물 부족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있을 때 물'을 아끼고 보존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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