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칼럼위원

▲ 이영우 거붕백병원 내과전문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높은 기온과 습도는 신체의 생리적 기능의 과작동 및 오작동을 유도하여 체력을 고갈시켜 피로하게 하고 몸의 면역력의 약화 시킵니다. 폭염은 일사병과 냉방병을, 바이러스 및 세균 등은 유행성 눈병과 식중독,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탈피와 성장을 위해 흡혈을 하는 '살인 진드기'를 매개로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증(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이하 SFTS)이 발생합니다.

진드기는 틱(tick, 큰 진드기)과 마이트(mite, 작은 진드기)로 구분합니다. 틱 중에서 작은소참진드기가 SFTS, 광대참진드기는 홍반열, 참진드기는 라임병을 옮깁니다. 마이트 중에서 털진드기가 쯔쯔가무시병, 집먼지진드기는 꽃가루 등과 함께 알레르기 유발합니다.

농촌지역 풀숲이나 야산 주변에 사는 야생 진드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유충 때 크기가 1㎜가량이지만, 성충이 되면 3㎜로 자라고, 최장 10일 동안 피를 빨면서 그 10배인 3㎝로 커집니다.

'살인 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흡혈을 하면서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SFTS 바이러스는 2012년에 처음 국내에서 발병한 이례, 2013년 36명, 2014년 55명, 2015년 79명, 2016년 165명으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현재까지 43명이 감염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사망자는 2013년 17명, 2014년 16명, 2015년 21명 2016년 19명이고, 2017년 현재는 8명에 이릅니다. 전국적으로 평균 69세 고령층 혹은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호발하고 다소 치명적입니다. 5월에서 10월에 걸쳐 발생하며, 7월에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린다고 하더라도 SFTS에 걸릴 위험은 0.4~2.2%이며, 치사율은 0.03~0.13% 정도입니다. 신종 질병의 발생 초기엔 사망자 등 상태가 위중한 감염자 위주로 집계가 되므로 치사율이 높게 나오며, 2009년 떠들썩했던 신종플루의 경우, 발생 초기엔 치사율이 10% 이상이었으나 최종 치사율은 0.03%로 일반 독감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SFTS에 감염이 되어도 가볍게 넘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SFTS는 감기, 독감이나 콜레라, 이질과 달리 작은소참진드기란 매개 곤충이 꼭 있어야만 감염이 되므로 일상적인 환경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가 되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 동물에 붙어 있는 진드기가 사람을 물 수도 있지만, 도시에서 그러한 진드기가 잔류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감염이 되어도 증상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초기 증상이 독감이나 식중독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야외활동 후 SFTS 바이러스를 지닌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 증상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생기고, 설사를 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의식이 희미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숨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야외활동 후 열·구토·설사 증상을 보이면 가까운 병·의원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름 평균 기온은 계속 오르면서 흡혈성이 강해지는 진드기가 더 많은 사람을 물겠지만, 진드기를 없애는 약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진드기 매개 감염병 위험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풀숲·덤불 등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장소에 들어갈 때는 긴 소매·긴 바지, 다리를 완전히 덮는 신발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시판 중인 곤충기피제도 권할 만합니다. 야외활동 후엔 진드기에 물린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드기에 물릴 경우 무리하게 잡아당기면 진드기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흡혈 중인 진드기의 침을 손으로 털어내지 말고 핀셋 등으로 뽑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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