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심도, 관광자원화 어떻게 할 것인가 -<완>
지심도의 과거와 미래, 어떻게 담아낼까

▲ 지심도 동백숲길의 동백림

동백꽃 피는 2월~5월만 성수기…사계절 관광지로의 계획 있어야
시민토론회 통한 합의된 여론 필요

지심도가 거제시로 80년 만에 반환된 기쁨도 잠시 시민들은 거제시가 어떤 행정력으로 지심도를 거제 중심관광지로 재탄생 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봄철 관광지가 아닌 사시사철 찾고 싶은 섬으로의 변화가 필요하기에 본지는 '지심도 관광자원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5월29일부터 5차례 보도했다.

1회 차는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일제잔재 문화유적 활용방안을 모색했고 2회 차는 제주시의 '다크투어리즘' 운영 실태를 파악했다. 3·4회 차는 싱가포르와 부속 섬 센토사 섬에서 계획적인 개발이 주민들과 관광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5회 차는 본지 사무실에서 '지심도 관광자원화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했다. 마지막 회차는 거제시로 80년 만에 돌아온 지심도가 행정의 공적 쌓기로 치부되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또 오고 싶은 섬이 되기 위해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담았다.

▲ 지심도에 있는 일본군 탄약고를 소개하는 역사탐방 안내판

어디까지가 보존이고 개발인가

본지 '길에서 만난 사람들' 코너에서 80%의 시민들은 답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살아 있는 지심도는 최대한 자연을 보존해 자연공원으로 남아야 한다고.

또 거제시에서 지난해 3월4일~19일에 진행한 '지심도 관광편의 증진을 위한 온라인 정책 토론' 결과도 기반 시설은 정비하되 개발은 최소화 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이 접수됐다.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본지는 지난 달 13일 '지심도 관광자원화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자연보전과 최소한의 개발을 주장할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서는 '개발'의 의미가 함부로 쓰여선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주민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상·하수 처리시설 등 사회기반 시설 유치는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생태가 주요 관광자원인 지심도에 함부로 콘크리트를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제시 관광과에 따르면 현재 지심도 부지의 30%는 훼손된 걸로 알려졌다. 핵심은 훼손된 30% 부지를 어떻게 계획적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남는다.

▲ 일제잔재시설 중 하나인 포진지

부산 가덕도는 일제군사시설 집중지역으로 일본군 포진지 등을 역사문화자원으로 삼아 '부산 땅끝마을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역사유적을 활용한 역사체험 투어길을 통해 최소한의 개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는 일제잔재와 시민들의 삶이 어우러진다. 이전에는 일본군의 격납고였던 곳이 지금은 제주시민들의 마늘·파밭과 함께 공존한다. 일제잔재를 활용하는 점에 대해 여전히 제주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다크투어(Dark Tourism)'의 대상은 국내가 아닌 국외로 눈을 돌린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제주시민의 삶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난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교육과 관광의 의미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 제주의 자연경관이 최대의 관광자원이라는 제주도의 관광정책은 '다크투어'에도 잘 어우러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계획적인 개발로 자연을 훼손할 때도 과감하지만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개발은 있을 수 없다는 정책이다. 영국과 일본의 군사기지였던 센토사 섬은 군사기지를 제외하면 90% 이상이 열대림이었다. 개발이 된 지금은 40%의 열대우림만 존재한다.

하지만 난개발로 보이지 않는 건 관광지로서 크게 성공한 센토사 섬의 성공요인이 센토사 섬에만 있는 관광시설물과 그에 어울리는 자연자원도 한 몫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부산·제주·싱가포르의 공통점은 단·중·장기적 계획이 철저했고 그 계획이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현재에도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 옛 일본군 탄약고 내부에 설치된 지심도역사관

시장 주관 시민토론회 통한 지혜 모아야

현재 지심도는 훼손된 15가구의 집터와 곳곳에 지난 태풍 피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다. 탐방로도 일부만 정비돼 있고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은 거미줄과 높게 자란 나무들로 가려져 있다.

일제잔재인 각종 포진지와 탄약고 등은 표지판과 표지석이 위치했지만 글자를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광객이 다시 오고 싶은 섬이 되려면 정비는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거제시 관광과에 따르면 지심도는 2009년과 2010년에 관광객 25만 명이 찾은 이후 13만 명 선에서 유지가 돼왔다. 올해는 거제시로 지심도가 이관되면서 관심도가 높아져 지난 5월까지 11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거제시 관광과는 지심도가 관광객 60만명이 수용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거제시 이형운 관광과장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현 상태를 유지하면 매년 13만명이 찾겠지만 접안시설과 탐방로 등 볼거리를 구축하면 60만 명 이상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꾸밀 것이냐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일제잔재들과 훼손된 땅 30%,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70%의 부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다. 관광객들의 기억 속에 지심도가 어떤 섬으로 남기고 싶은지 구상부터 계획돼야 개발과 보존정책을 구역별로 나눠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심도 입구 선착장 모습.

이를 위해 거제시 역시 지난 2월 '지심도 생태관광명소 조성 실시설계 및 국립공원계획(변경) 수립용역'을 실시 중에 있다.

하지만 수립용역 이전에 시민들의 의견부터 충분히 듣고 토론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본지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운 거제지심포럼 이사는 "'지심도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관심 있는 건 거제시민인데 용역사가 거제시민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시민들의 합의된 의견을 도출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토론 참석자들도 동의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이형운 관광과장은 "시민들 여론 수렴과 동의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행정에서도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어울리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지심도는 지심도의 생태계가 얼마나 가치가 있고 자연·역사로서의 가치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거제시는 지심도의 생태계적·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80년 만에 돌아온 지심도를 단기간 동안의 행정만의 계획으로 공적 쌓기가 돼서도 안 되고 반대를 위한 반대도 정답일 수 없다.

자연을 최대한 보존해서 자연공원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나 지심도에서 훼손된 땅 30%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처럼 철저한 계획 속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뤄 개발이 진행된다면 지심도만의 가치가 발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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