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 입고 타지역까지 외출…병원, 교육만으로는 해결 안돼, 보건위생의식 부재가 문제

거제시내 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직원들과 입원 환자들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시내를 활보하며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 거제시 의료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거제지역 주요 병원 앞 식당에는 밥을 먹으러 나온 입원 환자들과 병원 직원들이 다수 눈에 띤다.

상문동 거붕백병원은 병원 앞에서부터 삼성명가타운 아파트단지 주변까지 점심시간만 되면 주변 식당 곳곳에 환자복과 간호복 등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 환자복이나 간호사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거제시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밥과 술을 먹고 흡연까지 하는 등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고, 더구나 감염균을 옮길 수도 있어 계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식당에서 밥 먹고 심지어 흡연까지

특히 거붕백병원은 병원부지 내 입원병동 바로 옆에서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장을 둘러보려고 걸어 다니는 노인 입원환자 등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 두모동 대우병원도 앞길 식당가에 환자복과 근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쉬지 않고 지나간다.

점심시간 전후에는 찾아온 지인들과 함께 식당을 찾은 환자들이 많고, 근무복을 입은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20분여 전후에 가장 많이 보인다. 병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 직원들까지 커피 등 후식을 즐기거나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대우병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모(35·능포동)씨는 "환자나 직원들에게 매일 먹는 병원밥이 맛이 있을 리가 없기에 병원 바깥으로 나와서 식사를 하곤 한다. 유난히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날은 인기 없는 메뉴가 나오는 날"이라며 "그런데 옷을 갈아입으려면 귀찮으니까 그냥 나온다. 병원 직원들은 밥은 안 먹더라도 후식을 먹으러 나오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밥이건 뭐건 거리낌없이 다 먹는다"라고 말했다.

입원환자 중에는 심지어 다른 상권으로 가서 밥과 후식, 그리고 음주까지 하는 사례도 있다. 인터넷 블로그나 페이스북에는 "병원 입원실에 있기가 지루해서 병원을 탈출해 다른 동네까지 가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거제지역 환자들의 '무용담'이 곧잘 올라온다.

다양한 병원의 입원환자들이 모이기로 유명한 옥포동의 한 유명 커피 체인점은 멀리 떨어진 두모동 종합병원의 환자복까지 발견되기도 한다. 환자복 무단외출은 환자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다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병원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

입원환자가 없는 몇몇 개인병원의 경우는 일부 직원들의 분별없는 외출 행태가 심각하다. 관리자가 적은 개인병원은 직원들이 근무복을 입고 밖으로 다니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근무시간에도 은행이나 우체국을 간다며 근무복을 그대로 입고 가곤 한다. 개인 병원이 밀집한 고현동 중심상업지구가 특히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다. 환자를 대면한 근무복을 입고 한두 시간마다 담배를 피러 나오는 직원도 발견될 정도다.

질병 옮길 수 있는 근무복·환자복 외출

병원 직원이 근무복을 입고 밖으로 나오거나 입원 환자가 밖에서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의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여름 메르스 확산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 병문안 갔던 일가족에게 병이 전염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옷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른 가족에게 옮겨갔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정은영 우송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와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실시한 '병원근무자 유니폼에 의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는 병원근무자가 착용하는 옷 등이 각종 균주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병원복은 관련법상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신경민 의원이 의료인 근무복 이동을 금지하는 법률을 발의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통과돼지 못했다. 보다 못한 보건복지부는 최근 '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안)'을 추진하며 대한의사협회와 관련 학회에 '의견조회'를 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현주 주무관은 "정부가 주도하면 받는 처지에서는 규제로 느껴질 수 있어 자율규제로 가자는 취지"라며 "복장 규제가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규제 필요성은 있지만 의료계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는 동안 병원 직원들과 입원 환자들의 바깥나들이는 계속되고 있다.

거제지역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A(38·수양동)씨는 "일주일 넘게 입원했지만 환자복 입고 나가면 안 된다는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밖에 나갈 수 있는 환자인지, 나가려면 외출증을 어떻게 끊고 환복하는지 절차를 안내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민들 "거제시의사회와 지역병원의 소극적 대응 못마땅해"

거제시의사회는 자율규제에 나서겠다는 표정이다.

거제시의사회 조태윤 회장은 "점심시간에 환복하고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근무복을 입고 나가는 직원들이 있다. 의사회에서 자제하도록 공문 및 휴대전화 단문메시지를 보내겠다"며 "입원환자의 경우 교통사고 등으로 중증이 아닌데 입원한 경우 밖으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또한 환자 통제의 어려움을 표시했다. 거붕백병원 관계자는 "확장공사로 동선 통제가 어려워 일부 직원들이나 환자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공사장에 접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우병원 관계자는 "외부 식당들이 가뜩이나 대우조선해양에서 오는 손님이 줄었다고 울상이라 환자복·근무복 착용자를 받지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가 어렵다. 다만 술은 팔지 말아 달라고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제시 의사회와 주요 병원들의 소극적인 대응에 시민들의 비판은 끊일 줄을 모르는 것 또한 현실이다.

평소 거붕백병원 앞을 자주 지나간다는 배지혜(56·고현동)씨는 "점심시간에 의사·간호사·환자 할 것없이 전부 옷을 안 갈아입고 식당에 들어온다. 보기에 안 좋고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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