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현장에서 봉사한 거제시 퇴직 공무원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눈부셨던 시간들이 추억으로 돌아선다. 28년이라는 시간동안 단 한 번 높아보지 못했으나 결코 낮지 않았다.

원망도 후회도 없다. 그래서인가 가만히 누워 그려보는 인생 2막에 가슴이 뛴다. 감사하다. 지금껏 손을 잡고 끌어준 선배들이, 소주 한잔 걸치며 자신의 인생고민에 기꺼이 발 담그게 해준 동료가, 깍듯한 인사로 아침을 열어주는 후배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월급쟁이의 월급이 적금이 되고 아이들의 학비가 되고 새 아파트의 입주금이 될 수 있게 알뜰살뜰, 그러면서도 돌아올 그를 걱정하는 각시가 고맙다.

최춘완 계장. 원양어선을 타며 20대를 불사르던 청춘의 10년을 뒤로하고 33살 늦깎이로 공무원이 됐다. 자유롭고 호기로웠던 삶에서 '봉사'라는 단어를 업처럼 등에 지고 가야 했던 책임과 책무는 젊은 그를 갈등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툭하면 던졌던 말이 "아이고 이러면 나 배타러 간다"였다고. 그런 그를 잡아준 것이 동료고 선배였다.

그리고 그 세월이 28년. 이젠 그 눈부신 창문을 닫으려 한다. 그는 "세월이 빠르다. 지나고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소주 한잔 더 기울이며 소통했어야 하지 않았나, 배려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 자꾸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면서 "후배들이이야 다 잘하고 있지만 배려와 소통을 가슴에 새긴다면 힘든 직장생활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선배로…

배영억 토지정보과 부동산관리 담당

상하수도·농업정책·정보통신·환경·문화공보·토지정보과까지. 26년의 공직생활을 마치는 배영억 계장은 다시 태어나도 공무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봐도 공무원이 당신의 '천직' 같다고.

그가 근무했던 26년 동안의 거제시는 인구 14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급성장했다. 거제시의 성장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함께한 배 계장은 "거제시가 오늘날처럼 발전하는데 일조를 조금이나마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미소를 띠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옥포동 원룸 사태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아직까지 미해결로 남아 가장 마음 아팠던 민원"이라며 "마음 같아선 내 방이라도 한 칸 내주고 싶었던 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전산 관련 업무에 관심도가 높아 정보통신과에서 근무했던 당시가 가장 좋았다던 배 계장은 민원업무가 많아 하루에도 수십 건씩 민원인을 만나야 하는 환경과(당시 환경위생과)를 가장 힘들었던 부서로 기억했다.

올해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거제시지부가 결성된 지 15년. 초대 지부장을 역임했던 그는 공무원 노조가 생기면서 공무원들의 복지와 권익이 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동료·후배 공무원들의 복지가 걱정이다.

그는 "후배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생각나는 선배로 남고 싶다"며 "퇴직 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시민사회활동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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