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지심도는 거제시 지세포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진, 상록수림과 골수림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는 천혜의 섬이라 할 수 있다.

지심도라는 지명은 '경상도속찬지리지'에 지사도(只士島)로 나타나 있는 것이 문헌상 최초의 기록이다. 훗날 '여지도서'에서는 지삼도(只森島)로 거제부읍지등은 지삼도(知森島)·지삼도(知三島) 또는 지심도(只心島)라 적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일본해군은 지심도와 보리섬(麥島)이라 불렀으며 지금은 동백섬 지심도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퍼져 있다.

1936년경 일본의 전시 및 국방요새 건설이라는 이유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가, 광복 이후 국방부가 소유권을 이관하여 관리해오다 80년 만에 소유권이 거제시로 변경 된 것이다. 거제시민들은 잃어버린 섬 지심도를 반환받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거제시는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는 지심도의 선착장과 부두를 정비하고 관광객 편의시설을 보강한다는 관광개발 정책을 계획 중이다. 해양 전망대와 구름다리 역사관 등을 만들고 지심도와 외도·해금강을 연결하는 해상관광 코스도 개발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심도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견된 것이 없다. 시민들 또한 개발에 반대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 생태 보전형 개발을 원하고 있다. 거제시도 지심도 개발계획 용역을 발주해놓고 있으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서는 유람선 사업을 추진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 및 시민들 입에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심도 소유권 반환에 맞춰 기쁨도 잠깐, 지심도 유람선 출항지 및 사업주도권 다툼이 과열될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지심도 소재지 단체에서는 유람선 사업에 주민들도 지분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덩달아 모 단체와 협의가 끝나 유람선을 구입했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외부인 자본유치를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혜의 섬 지심도가 개발사업자들의 돈벌이 용도로 이용되고, 선량한 시민들이 사기에 이용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심도 얼마만큼의 훼손으로 개발할 것인가. 거제시 행정은 사업계획과 용역에 앞서 시민의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한다. 자칫 민선시장의 공약사업 이행이라는 명분으로 전시행정과 업적 과시에 어렵게 얻은 지심도를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보리섬이라는 지심도의 별칭은 치욕스러운 역사이고 지우고 싶은 우리의 역사일지 모른다. 일제의 전쟁잔해인 포대진지가 남아있고 36년간의 일제수탈의 흔적이 남아있다. 일제의 잔재를 두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훼손으로 관광사업화를 할 것인가를 시민여론조사와 시민 공청회 등 다양한 방법의 시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거제 관광개발은 지심도 섬 관광자원화 사업의 용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제시 관광전략 수립이 먼저일 것이다. 일제의 잔재와 한국전쟁·포로수용소의 유적이 남아있고 민족을 구원한 임진년 첫 승전인 옥포대첩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거제를 이제는 테마가 있는 관광지로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하고 수립되어야 한다.

지심도 반환에 큰 공이 있는 시장과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고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어떤 성과나 업적을 남기겠다고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지심도 개발은 먼저 일제의 잔재를 철거하고 개발을 할 것인가.

일제의 잔재를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역사의식이 거제시민 토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제시와 지심도에 유적지 발굴을 위한 지표조사나 자료수집이 이뤄지고, 어떤 테마를 가진 관광개발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 해군 사령관 '도고'와 육군 제 3군 사령관 '노기'가 승전탑을 세웠는데 중국은 현재 치욕의 일본잔재를 원 형태로 보존하며 승전탑 앞에 물망국치(勿忘國恥)라는 표지판을 세워 놓고 역사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해군들의 눈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피는 동백꽃은 보이지 않고 보리만 보였을까. 식량으로 재배한 보리가 인상 깊었던 것일까. 천혜의 자연과 일본의 잔해가 공존하고 숫호랑이와 인어에 대한 범바위 전설이 전해오는 지심도에 보리를 심어 동백과 보리가 어우러진 동백 보리섬 지심도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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