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④-지심도, 관광자원화 어떻게 할 것인가]역사와 다른 관광자원의 공존, 센토사섬 탐방

▲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센토사섬

싱가포르는 국토 전체가 국가 소유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어떤 사업체든 싱가포르에 땅을 빌려서 정해진 기간 동안 사용허가를 받는다. 사업체가 먼저 사업의 성격을 정하는 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싱가포르 정부에서 부지 별로 어떤 사업을 할지 정한 후 공모를 통해 가장 적합한 사업계획을 가진 사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 90% 이상이 찾는 센토사 섬 역시 마찬가지다. 센토사 섬 관리는 싱가포르 관광청에서 도맡고 있지만 부지 계약과 관련해서는 싱가포르 정부가 맡고 있다. 그 결과 5개의 리조트가 섬 곳곳에 위치하고 센토사 섬 가장 중심지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아쿠아리움 등 관광시설이 들어서 있다.

관광시설의 위치부터 조화, 자연훼손 모든 부분을 국가정책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5월16일 취재 당시에도 리조트 공사 2곳이 진행 중이었지만 자연을 훼손하는 현장이라기보다는 계획적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센토사 섬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인 케이블카·모노레일·버스 등 각 이용한 수단에 따라 센토사 섬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구상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계획적인 개발이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싱가포르 관광청 직원 라덴 빈 하산(Raden Bin Hasan)씨도 "싱가포르의 국력은 항만산업이지만 관광산업 역시 국가수입의 3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관광객이 만족할 수 있는 휴양·레저 등의 관광시설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싱가포르 자연과 얼마나 어울리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계획을 세울 때 큰 틀은 많은 변화를 주지 않는다.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은 결국 자연훼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말레이시아 일부 학자들은 싱가포르가 무분별하게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도시를 확장시키고 개발했다고 지적하지만 우리는 어느 곳보다 계획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개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인공과 자연의 조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의 상징이 된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자연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

싱가포르 자국민들과 관광객들의 동선이 겹치는 구간이 있다면 이제는 싱가포르의 상징이 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과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다. 관광지의 건축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건축물 자체만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꼭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 장소가 됐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일명 '슈퍼트리'로 불리는 나무조형물 12개와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식물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위치하고 있다. 친환경 시스템으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고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다 보여주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의 허파로 불린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인위적인 조형물과 그 조형물을 둘러싼 넝쿨식물의 조화는 싱가포르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라덴씨는 "자연환경을 위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면서 대형 시설물 유지비로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대체에너지를 생각했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생산해내는 에너지만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니 얼마나 멋진 식물원이냐"며 반문했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주로 센토사 섬을 찾는다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인들은 본섬의 특색 있는 관광지를 주로 찾는다.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싱가포르 동물원·리버사파리·나이트 사파리 등이다.

한국의 여행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돼 최근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지만 대부분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자국민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곳들의 특징은 모두 자연친화적 생태동물원이라는 점이다. 울타리나 철조망을 최소화하고 동물들이 자연에서 쉽게 접하는 웅덩이나 나무·바위 등으로 경계를 삼아 조성했다.

이들의 설립 취지 목적은 관광객 유치보다 환경오염으로 파괴되는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연구 목적이 크다. 관광객들의 입장료는 동물원에 거주하는 동물들의 후손 관리에 대부분 쓰일 정도다.

싱가포르 관광청 라덴씨는 "동물 쇼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지만 이 역시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동물들의 성향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동물들을 후손들은 볼 수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자연을 보호하자는 캠페인과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의 불친절을 이해시켜주는 '싱가포르 박물관'

불친절함도 브랜드다

이은호 싱가포르 현지 가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불친절한 나라가 싱가포르일 거다"라고 싱가포르를 소개했다. 원리·원칙주의의 나라,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지닌 싱가포르의 불친절함은 식민지의 역사 때문이다.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에 이어 일본에까지 점령 당하고 다시 영국의 식민지가 되는 역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명령을 받아 1965년에야 독립국가가 됐다. 독립국가가 된지 이제 50년이 조금 지난 이 나라의 국민은 열강에 핍박받았던 오랜 세월 때문에 타 국가를 배척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주 국가산업은 항만산업이라 수출·입으로 국가경제를 지탱하지만 지극히 폐쇄적인 국민이다. 싱가포르의 폐쇄적인 국민성은 싱가포르 도심지에 위치한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을 들리면 이해할 수 있게 전반적 역사가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그 폐쇄적인 불친절함도 싱가포르의 브랜드가 됐다. 원리·원칙은 지키되 그 이상의 친절은 베풀지 않는다. 고객이 체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이용료일 뿐 마음이 필요한 서비스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의 실수로 손님이 추가 금액을 내게 됐을 때 환불만 해줄 뿐 사과의 말은 없다.

이은호 싱가포르 현지 가이드는 "업무적인 면에서 실수를 할 때 그 실수를 만회할 방법으로 사과가 아니라 실수한 점에 대해 수습을 하고 되돌리면 된다는 인식"이라며 "한국은 손님은 왕이고 직원은 을 중의 을이라지만 싱가포르는 손님은 지불된 금액만큼 즐기면 되고 직원은 돈을 받고 일할 뿐, 그 이상의 감정노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관광청 관계자는 "싱가포르 사람은 불친절한 게 아니라 원리·원칙을 지켜 낭비될 수 있는 시간과 감정을 최소화하는 것일 뿐"이라며 "예외를 두기 때문에 늘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누가 됐든 예외자가 없이 매뉴얼에 따라 진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관광정책은 '관광객의 지갑을 열어라'다. 관광객의 지갑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관광객이 만족해야 한다. 정부도 관광청도 관광객의 최대한의 만족을 위해 일·월·연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센토사 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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